예술성 면에선 무대가 TV 앞질러|연극의 독자성·미학이 재발견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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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오는 27일은 열 번째 맞는「세계연극의 날」-. 한국연극협회와 ITI(국제극예술협회) 한국본부는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20일 하오 「아카데미·하우스」에서 한국 연극인대회를 가졌다.
61년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열린 ITI 세계대회를 계기로 연례적으로 여는 「세계연극의 날」기념행사는 연극이 당면한 과제와 문제점을 제시함으로써 의의를 가졌다. 금년도 「세계연극의 날」 과제는 『 「텔레비젼」과 연극과의 협조 가능성』 -.
한국연극인대회도 이 의제에 준하여 『「매스컴」과 연극』이란 주제로 김규(서강대교수), 임영웅(연출가), 한상철(연세대교수) 제씨의 발표를 듣고 이에 대한 공동토의를 벌었다.
먼저 『「매스· 미디어」의 기능과 연극』이란 제목의 주제발표에서 김규교수는 「라디오」나 「텔레비젼」은 그「미디어」가 갖고 있는 특성 때문에 「드라머」의 경우 연극이 갖는 예술성과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하고 그렇다고 해서 연극인들이 「매스·미디어」를 적대시하는 것은 연극의 발전을 위해서는 좋지 못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김교수는 연극인들 스스로의 가치관만 확립하고 있다면 연극인이 「매스·미디어」를 이용하는 것은 연극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며 여건도 좋은 편이라고 풀이, 「매스·미디어」와 연극의 협조를 권장했다.
한편 임영웅씨는 『「매스컴」과 연극의 협조체제』라는 주제발표에서 현재 우리 나라 「텔레비젼」에서 활동하는 주요 「스탭」과 연기진이 거의 모두가 연극 출신인데도 불구하고 전파「미디어」의 연극에 대한 태도는 「이해부족」이며 한마디로 냉담하다고 말했다. 임씨는 또한 앞으로 연극인이 「매스·미디어」와 연극에서 함께 일하는 것이 심각한 문제점을 야기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상철씨는 『「매스컴」시대와 연극의 좌표』라는 주제발표에서 영화·「텔레비젼」 등 「매스·미디어」가 연극을 둔화시켜 온 것은 부정할 수 없으며 이런 상황에서 연극이 당면한 문제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그 방법으로서는 연극의 기능을 각성과 충격에서 발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씨는 현대연극에서는 영화·TV의 「테크놀러지」를 제거시켜야 하며 이것은 「주장 없는 연극」, 「관객 끌어들이는 연극」 같은 방법에서 실천돼야 할 것이라 말했다.
결국 연극인대회에서의 결론은 순수예술로서의 연극은 차차 빛을 잃어 가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며 「매스·미디어」의 발전이 뚜렷해지면 뚜렷해질 수록 연극은 더욱더 관객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 따라서 연극의 활로는 「매스·미디어」와 협조의 길을 모색하면서 연극만이 가질 수 있는 새로운 특수성을 개발하는데 있다는 것이었다.
이날 연극인대회는 『연극이 외형적으로 시들어 가도 그것은 멸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연극의 독자성, 연극적 미학의 재발견을 위해 자각을 아끼지 않는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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