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소득을 숨겨 세금을 탈루하는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시중의 5만원권이 품귀 현상을 보이고, 골드바 사재기와 금고 판매가 급증하는 등 돈이 지하로 숨는 현상이 나타나면서다.
국세청은 10일 소득을 현금이나 골드바 구매 등 비정상적으로 은닉한 혐의가 있는 고소득 자영업자 52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 대상은 주로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과 현금 거래가 많은 업소들이다.
한 한방 성형전문 병원 원장은 고가의 미용치료비를 현금으로 받아 차명계좌와 개인금고에 넣어두고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한 수입악기 판매점은 현금으로 받은 대금으로 골드바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소득을 숨겼다. 또 한 화가는 작품을 현금으로 판매한 뒤 소득 신고를 하지 않고 이를 별장 구입에 쓴 혐의를 받고 있다.
국세청이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세무조사로 추징한 액수는 2조4088억원(4396명)에 달한다. 올해는 ‘지하경제 양성화’가 국정 과제로 대두되면서 조사가 더욱 확대됐다. 올 상반기까지 442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 2806억원을 추징했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조사건수는 30%, 추징액은 26%가량 늘어난 수치다.
국세청은 특히 올 들어 현금영수증 의무발행 사업자들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고 있다. 세금 추징은 물론 현금영수증을 발행하지 않았다가 수십억원의 과태료를 문 의사와 변호사의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현금영수증 의무발행 제도는 소비자의 요청이 없더라도 매출이 30만원 이상이면 현금영수증을 발행하도록 한 것이다. 이를 위반하면 미발행액의 절반을 과태료로 문다. 의무 발행업종은 변호사·회계사·세무사·치과·성형외과·피부과·학원·예식장·골프장 등이다.
김태호 국세청 조사2과장은 “금융거래 추적조사, 거래 상대방 확인조사 등으로 탈루 소득을 끝까지 찾아낼 것”이라며 “조사 결과 차명계좌 등 부정한 방법으로 세금을 포탈한 사실이 확인되면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