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마다 "변화… 변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진보성향의 인물들이 중용되는 등 새 정부 조각(組閣)이 파격적으로 이뤄짐에 따라 관가에 변화의 바람이 강하게 불 전망이다. 특히 벌써부터 여러 곳에서 정책기조에 변화가 생길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런 변화는 경제분야에서 우선 감지된다.

재정경제부는 '세제통' 장관이 임명됨에 따라 정책 중심이 금융에서 세제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이정우 정책실장도 세제개혁을 통한 성장잠재력 확충을 강조하고 있어 새 경제팀은 세제 쪽에 손을 많이 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제 금융개혁을 통해 '관치금융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도 재무부가 국고.세제.국제금융을 하고 금융은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서 맡고 있어 앞으로 세제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진표 부총리도 이런 예상을 뒷받침하듯 이날 '세율 인하'구상을 밝혔다.

현장 문화예술인 출신 장관을 맞은 문화관광부의 직원들은 앞으로 문화부가 앞장서서 관가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출근 첫날부터 캐주얼 양복과 손수 운전으로 화제를 모았던 이창동 신임장관이 28일 각 실국의 업무보고를 받으면서도 파격 행보를 계속했기 때문이다.

李장관은 오전 11시40분 문화정책국을 시작으로 보고를 받았는데 실.국별로 한 시간 이내에 마칠 것을 요구해 이날 국장이 지방출장을 간 관광국을 제외한 본부 7개 실국의 보고를 모두 받는 강행군을 했다. 점심시간에는 도시락을 주문해 함께 먹으며 보고를 받았다. 문화부의 한 직원은 "과거에는 1~2주가 걸렸던 일"이라고 했다.

사회 분야도 마찬가지다.

노동정책의 변화가 가장 큰 주목거리다. 권기홍 장관은 취임사에서 "노동부 직원은 경제부처 직원이 아니다. 노동부가 기업이나 경제를 먼저 생각하는 자세에서 벗어나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노동부는 노동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데 더욱 주력할 전망이다.

당장 權장관 스스로가 5일부터 예정된 각 부서의 업무보고를 받기 하루 전인 4일 노사단체를 방문해 이들의 의견을 먼저 들을 예정이다. 말 그대로 현장 중심의 노동정책을 펴겠다는 의지를 표하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김화중 장관이 부임함으로써 국민 건강 보장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보건의료 분야 개혁 쪽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이 옮겨갈 것으로 전망한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정권 때는 기초생활보장 등 취약계층의 복지기반 구축에 주력했지만 金장관은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관심이 많다"면서 "생애 주기별 건강프로그램 마련, 공공보건 인프라(기반시설) 구축, 건강보험의 의료비 보장기능 강화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젊은 장관을 맞은 행정자치부에도 변화 바람이 거세다. 김두관 장관은 28일 "주5일 근무 관장 부처로서 주말에 이틀간 직원들을 출근시켜 업무보고를 받을 수 없다"며 업무보고를 다음주로 미뤘다. 그는 이날 취임사에서도 "장관과 직원들이 복도에서 토론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자"고 역설, 조직문화에 새 바람이 예고되고 있다.

이밖에 외교통상부에도 적잖은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새 정부의 '평화번영' 정책 밑그림을 그린 윤영관(尹永寬)장관이 한.미동맹 관계를 축으로 한 다원외교를 강조하면서도 구각(舊殼)을 깨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쪽도 개혁을 주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부.정책사회부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