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받는 셀라시에 「54년」|이디오피아 소치족 반란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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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황제』의 이름으로 시년간 1인 장기집권을 유지, 최 장기 집권 기록을 세우고 있는 「이디오피아」에 최근 소수민족의 반란활동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반란의 주체가 되고있는 북부 「에리토리아」지방은 근 1백년동안 「이탈리아」식민지로 있다가 62년 「이디오피아」에 합병되었다. 주로 회교도들이 살고있는 이 지방은 기독교를 국교로 삼고있는 「이디오피아」와는 종교적·역사적으로 이질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들은 「유엔」결의안으로 보장된 지방자치제가 여지없이 무시되자, 해방군을 조직, 기습작전을 벌이고 있는데 지난11월에는 반란군 진압작전사령관인 「네소메·에르게부」소장을 상해하는 등 대담한 도전을 시작했다.
이에 대해 정부군은 이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해방전선 가담 용의자들의 집단 저항, 부락 방화 등 강경책으로 대처, 사태는 심각한 양상으로 발전되고 있다.
ELF의 반란은 홍해의 입구에 위치해 있는 「이디오피아」의 전략적 위치 때문에 강대국의 이해와도 깊은 관련이 있어, 국제 분쟁화 할 불씨마저 안고있다. 미국은 「아프리카」주 유일의 군사통신시설을 「이디오피아」의 「캐그뉴」기지에 갖고있고, 「이스라엘」은 이 나라가 「수에즈」진입 해역을 지키는 요충지이기 때문에 「미-이」 양국은 군장비, 군사고문관 등을 정부군에 제공하고있으며, 「시리아」-「이라크」-「수단」-「리비아」 등 「아랍」제국과 중공-소련도 세력균형을 유지하지 위해 반란군에 지원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반란군의 세력 기반이 소수민족에 국한되어 병력이 열세인 반면 정부군의 병력이 엄청나지 때문에 반란이 현재로서는 「이디오피아」정부에 큰 위협이 되지는 않고 있다. 「셀라시에」황제가 실제로 위협을 느끼는 점은, 개혁의 낌새조차 보이지 않고 있는 대지주제도, 1인 장기집권, 93%의 문맹율이 보여주는 낮은 국민생활 수준 등 고질적 숙제들이 이 반란을 계기로 폭발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셀라시에」황제는 군부와 경찰과 지역방위군간에 묘한 균형을 이루어 어느 한쪽에 세력이 집중되는 것을 박음으로써 집권유지를 위한 안정을 꾀해왔다. 그러나 반란진압작전에 박차가 가해질 경우 그러한 3자간의 세력균형 상태가 깨질 가능성이 증대한다. 최근의 「에리트리아」지방의 반란은 이런 이유에서 「셀라시에」황제정권의 안정을 위협할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장두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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