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파이낸셜대부, 계열사 수백억 부당대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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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이 검찰에 수사 의뢰한 현재현 회장.

동양그룹 계열사 간의 부당한 자금 흐름이 금융 당국에 처음 포착됐다. 금융감독원은 이를 토대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특별검사에서 동양증권 자회사인 동양파이낸셜대부가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에 수백억원을 부당하게 대출한 혐의를 찾아냈다. 동양파이낸셜대부는 동양증권이 지분 100%를 가진 자회사다.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은 개인투자자 피해를 양산한 기업어음(CP) 대부분을 발행한 곳들이다.

 금감원 검사 결과 동양파이낸셜대부는 두 계열사의 자금 부족이 심해지자 담보를 제대로 잡지 않거나 아예 무담보로 수백억원을 대출해 줬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대부업체는 등록만 하면 만들 수 있고 은행이나 캐피털과 달리 대주주 신용 공여 한도가 없다”며 “동양그룹이 이를 이용해 계열사를 부당 지원했고, 이 과정에서 현 회장의 역할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건섭 금감원 부원장은 이날 긴급 브리핑을 통해 “현 회장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의뢰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불공정거래와 관련해선 직접 검찰에 고발하고, 배임과 횡령은 수사 의뢰한다. 김 부원장은 “동양증권의 불완전판매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를 진행하던 중 계열사 간의 자금 거래와 관련해 대주주에 대한 수사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 의뢰 대상은 현 회장 한 명이고, 부인인 이혜경 부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추가 검사에서 불완전판매 등을 확인하면 검찰에 추가로 고발할 방침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 이날 현재현 회장과 동양증권 정진석 사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이 고발건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여환섭)에 배당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조만간 현 회장 등에 대한 출국금지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검찰 수사는 계열사 간 거래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자금 대여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주요 의사결정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는지가 관건이다. 금융권에선 동양레저가 1000억원에 가까운 서울 가회동 한옥과 경기도 안성시 골프장을 계열사인 동양네트웍스에 매각한 배경, 동양매직 매각작업 도중 매각 파트너를 교원그룹에서 KTB파트너스에쿼티(PE) 컨소시엄으로 돌연 변경해 결국 매각이 무산되도록 한 경위에 대해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사안 모두 추진 과정에서 그룹과 계열사들이 받을 수 있었던 돈을 받지 못하게 됐거나 주주와 투자자들의 이익과 반대로 자산을 매각해 손해를 자초했을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역시 철저한 진상조사를 주장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동양그룹이 회사의 자금 위기를 감춘 채 회사채를 발행하고, 투자 위험을 제대로 알려 주지 않은 채 CP를 불완전판매했다는 등 믿기 어려운 의혹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며 “이런 부도덕한 행위가 사실이라면 동양그룹 사주 일가는 법적 처벌과 사회적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이언주 원내대변인도 “당 차원에서 동양그룹의 문어발식 투자와 불완전판매 문제를 전면 재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현철·이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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