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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조립형 로봇, 혁명적 설계안 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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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
코메디닷컴 편집주간

규격화된 부품으로 자가조립형 로봇을 만드는 혁명적 설계안이 제시됐다. 해당 아이디어는 2011년 미국 MIT 4학년생이 처음 생각해냈다. 그의 로봇 공학 지도교수는 이를 “실현 불가능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2년 후 이 교수는 코넬 대학의 로봇 공학 연구원에게 해당 로봇의 원형(原型)이 작동하는 모습을 담은 비디오를 보여줬다. 연구원은 “실현 불가능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것이 실현 가능하다는 사실은 오는 11월 3~7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지능형 로봇 및 시스템 국제 학술대회’에서 논문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발표자는 MIT 컴퓨터과학 및 인공지능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일하게 된 존 로마니신과 해당 연구소의 소장인 다니엘라 러스 교수다.

 지난 4일 사이언스데일리는 문제의 로봇을 해설하고 관련 비디오를 링크했다. 로봇의 명칭은 ‘M블록(M-Blocks)’, 정육면체 형태로서 외부에 움직이는 부품이 전혀 붙어 있지 않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블록의 위로 기어올라가고 공중으로 뛰어오르며 바닥을 굴러갈 수 있다. 심지어 금속 표면에 거꾸로 매달린 상태에서도 움직일 수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내부에 장착된 플라이휠(관성바퀴)이다. 1분에 2만 회전이 가능한 휠에 브레이크를 걸면 회전력이 몸체에 전달돼 움직임을 유발한다. 또한 모든 모서리와 면에는 영구자석이 붙어 있다. 이들 자석은 밀대 방망이처럼 회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언제라도 두 개의 블록 면이 달라붙을 수 있게 해준다.

 이런 연구의 궁극적 목표는 자가조립이 가능한 미세 로봇의 커다란 무리를 만드는 것이다. 영화 ‘터미네이터 II’의 액체 금속 안드로이드가 그런 예다. M블록은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에 소형화 전망이 밝다. 하지만 현재의 시스템을 정교하게 만들면 지금 크기에서도 쓸모가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생각한다.

 움직이는 정육면체의 군단이 있으면 비상시 교량이나 건물을 수리할 수 있다. 다양한 형태의 가구나 대형 장치로 조립할 수도 있다. 위험한 환경에 진입해 문제를 진단·해결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정 로봇에 카메라나 조명, 배터리 팩 등을 운반하는 임무를 맡길 수도 있다. 앞서의 코넬 대학 연구원인 하드 립슨은 “이 로봇은 지금까지 고도의 하이테크 방식으로 해결을 시도해온 문제에 대한 로우테크 해결책”이라며 “지금껏 이런 생각을 해내지 못한 사실에 머리를 치게 되는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코메디닷컴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