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색수집…고사목 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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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연극계 출신의 백운철씨(28)는 고향인 제주서 귀포읍에서 막대한 양의 조록나무 고사목 뿌리를 캐어다가 취장함으로써 완상물 수집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나무 뿌리는 수 백년 이상 땅속에 간직된 자연물이지만 그 생김새가 용·새·사람 혹은 야수 등 아주 활달하고 우람한 어떤 동물들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관람객으로부터 감탄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한 제일교포 실업가는 개당 10만원을 호가하여 주위사람들을 놀라게 한바 있다는 소식인데, 백씨의 수장품은 총1천 점에 달한다.
그는 이들 뿌리를 「형상목」이라 일컫고 개개마다 신비한 이룸으로 부른다. 『목물원원장』, 『개미의 여신』, 『인과율』, 『드마』, 『포효』 등.
나무가 단단하여 별로 썩지 않은채 남아 있는 이 조록나무 무리는 자단향과 같이 고운 곁에 빛깔이 암적색. 목피에 깨알같은 비늘이 가뜩한데다가 바위틈에서 자라느라고 기기 괴괴하게 뻗어있다.
그것은「추상」을 즐기는 현대인의 감각에 풍부한 소재와 작품성을 보여주고 있다. 서투르고 어증된 추상작품이 아니라 거침없이 세련된 자연의 솜씨가 얼마나 위대한가를 설명해주고 있다.
67년에 드라머·센터의 서울 연극학교를 나온 백씨는 작년까지는 이근삼 작 『거룩한 직업』 등 연극에 출연한바 있지만 지금은 오히려 형상목을 관광자원 화하는데 골몰하고 있다. 그래서 서귀포 2리의 그의 과수원안에 우선 30여명의 창고를 지어 그것들을 손질하는데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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