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 사망 10명 중 셋은 형집행정지 신청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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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교통사고특례법 위반 혐의로 금고 10개월을 선고받고 성동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이모씨는 심장에 이상을 느껴 지난 5월 12일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했다. 1심 판결을 받고 수감생활을 시작한 지 한 달여 만이었다. 하지만 그는 심사 처리 결과를 기다리다 이튿날 새벽 구치소 안에서 심근경색으로 숨졌다.

 지난 10년간 교정시설에서 사망한 재소자 10명 중 3명은 건강상 문제 등을 이유로 형집행정지·구속집행정지를 신청했으나 출소하지 못한 채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아 2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4년부터 올해 7월까지 교도소·구치소 등에 수감돼 있다 사망한 사람은 총 277명이었다. 이 중 30.6%인 85명이 형집행정지·구속집행정지를 요청했다가 불허됐거나,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숨졌다. 85명 중 19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9명은 구속집행정지 신청자, 나머지 56명은 형집행정지 신청자였다. 재소자 중 검찰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미결수는 구속집행정지를, 재판에서 형이 확정된 기결수는 형집행정지를 신청할 수 있다.

 형집행정지 제도는 최근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 피의자 윤길자(68·여)씨의 호화병실 생활이 알려지면서 ‘합법적 탈옥’을 조장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아내 윤씨를 위해 1만 달러를 건네고 허위진단서를 의뢰한 류원기(66) 영남제분 회장과 진단서를 발급한 세브란스병원 박모(54) 교수가 지난달 3일 함께 구속됐다. 서 의원은 “수차례 형집행정지를 받은 윤씨나 전경환씨(전두환 전 대통령 동생)처럼 힘 있는 자에게는 너무 허술하게 틈새를 내주는 법이 힘없는 서민들에게는 높은 벽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교정시설 내 폭행사건 수도 매년 400~50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 의원이 제출받은 ‘최근 5년간 교정시설 내 폭행사건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8~2013년 6월 접수된 전국 교정시설 내 폭행사건은 2517건에 달했다.

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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