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정책 '노무현 코드'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노무현 정부의 첫 외교안보팀은 전문 외교관과 북한 전문가.군인.학자를 망라해 전문성을 극대화하려 한 점이 두드러진다. 전체적으론 햇볕정책의 기조를 계승하면서 현안인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고 수평적 호혜.협력의 새 한.미관계를 구축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는 인사로 보인다.

새 정부 조각에서 유일하게 유임된 정세현 통일부 장관은 남북관계와 통일정책의 이론과 실제를 겸비해 오는 4월 10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수석대표를 맡는 등 김대중 정부의 화해.협력정책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은 盧대통령을 후보자 시절부터 측근에서 보좌해온 외교 부문의 핵심 브레인으로 丁장관과도 친분이 있다. 외교부 장관에 발탁된 것은 한.미관계를 재구축하고 국력에 걸맞은 '당당한 외교'를 펼치겠다는 盧대통령의 의지가 담겼을 것이란 관측이다.

또 국방부에 원칙주의자로 평가받는 조영길 장관을 기용한 것은 군내의 편가르기를 없애고 자주 국방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두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尹.曺장관은 성향으로 미뤄 외교부와 국방부의 대대적인 개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청와대 나종일 국가안보보좌관과 반기문 외교보좌관.김희상 국방보좌관이 어우러져 외교안보와 대북정책의 최종 조율을 맡게 된다. 청와대팀은 내각에 비해 안정을 중시하는 인사로 포진됐다는 평이다.

羅보좌관은 DJ정부 초기 안기부 차장으로 당시 기조실장이던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과 함께 일한 적이 있어 외교안보팀과 청와대의 입장을 조율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안기부 차장 시절 통일부 차관이었던 丁장관과 대북정책 추진을 논의했고, 모두 국정원장 특보를 지낸 경력이 있어 마음이 통한다는 평.

潘보좌관은 미국 인맥이 두텁고 1993~94년 북핵 위기 때 주미공사로 한.미 공조를 맡았던 경험이 있어 향후 북핵 문제 해결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金보좌관은 예비역 중장(육사 24기)으로 군사 전력과 정책 전문가로 전역 이후 미 랜드(RAND)연구소에서 한.미 군사관계 등을 연구했다. 노태우.김영삼 정부 때 청와대 국방비서관으로 일하면서 용산 미군기지 이전 문제 등을 다뤄 향후 한.미동맹 재조정 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얘기다.

이영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