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경제팀] 진대제 정통부 장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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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총괄사장이었던 진대제 신임 정보통신부 장관의 지난해 연봉은 대략 52억원 안팎이었다. 여기에 다음달 17일부터 삼성전자 주식 7만주를 27만2천원에 살 수 있는 스톡옵션 행사 자격이 있다.

내년 3월이면 19만7천1백원짜리 7만주를 더 살 수 있다. 하지만 그는 27일부터 연봉 9천6백만원의 정보통신부 장관을 맡았다. 개인적으로 손해보는 금액은 약 1백20억원 정도다.

陳장관은 27일 오전 11시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장관으로 일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취임 소감으로 "기업에서 쌓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한국을 정보통신 대국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 "정보 격차도 없애겠다"고 했다.

陳장관은 지금까지 실패가 거의 없었다. 지칠줄 모르는 도전정신과 창의력으로 한국의 반도체.디지털가전 산업을 이끌어왔다.

미국 IBM 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있던 그가 1985년 삼성전자로 옮길 때 IBM 직원들은 그에게 "미쳤다"고 했다. 장래가 보장된 회사를 떠나 당시에는 무명이었던 삼성전자를 택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메모리반도체를 만들겠다고 야단법석이었을 때 뭔가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2년간 미국법인 근무 뒤 87년 귀국하면서 그의 반도체 개발은 본격화됐다. 이 때 그를 자극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는 97년 국민대 강연에서 "87년 언론에 '한국의 반도체 기술은 모방'이라는 기사가 실려 이병철 당시 회장에게 크게 혼났다. 이 때 반드시 우리의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회고한 일이 있다.

그 뒤 4메가D램과 16메가D램을 잇따라 개발했다. 하지만 당시 삼성이 많이 팔았던 2백56KD램은 불량이 많았다. 90년 1메가메모리반도체가 주력 제품이 됐을 때도 IBM은 삼성제품을 거의 사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직접 16메가메모리반도체 30개를 들고 IBM의 중역 회의실을 찾아갔다. 깜짝 놀란 IBM 측이 서둘러 테스트를 하면서 제품 성능을 인정받았다. 당시 세계 언론은 이를 '삼성의 16메가D램 쿠데타'라고 불렀다.

그는 종종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회사에 나타난다. "행동으로 도전과 변화를 보여주자는 뜻"이라고 한다. SF영화를 보는 것도 좋아한다. 영화에서 아이디어를 자주 얻는다고 한다.

陳장관은 토론도 좋아한다. 또 토론 끝에는 반드시 결론을 낸다. 삼성이 90년대 말에 디지털이큅먼트로부터 알파칩(비메모리반도체)사업부문을 인수할 때도 주변의 반대를 토론과 설득으로 물리쳤다.

이런 태도가 견제와 균형을 중시하는 정부 정책을 그르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陳장관은 "IBM에서 삼성전자로 옮길 때와 같은 도전하는 자세로 관료들과 충분히 상의해 공정한 정책을 펴겠다"고 강조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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