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흥봉 사회복지협의회장 "웬만한 틀 갖춘 복지, 제대로 전달되나 살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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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복지는 비교적 짧은 역사 속에서 압축 성장을 했다. 그러다 보니 필요한 곳에만 돈이 간 게 아니었다. 이에 대해 차흥봉(전 보건복지부 장관·사진)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은 “한국의 사회복지는 35년 정도라는 짧은 시간 동안 만들어졌지만 웬만한 틀은 갖춘 상태”라며 “이제는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내기보다는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차 회장과의 문답.

 -복지가 어디까지 왔나.

 “이제 7부 능선에 올라섰다. 지금까진 웬만한 제도는 다 만들었다. 큰 제도를 새로 만들 건 별로 없다. 정상까지 가기 위해선 장비와 복장을 가다듬어야 한다. 이미 만들어진 제도들을 내실화하는 게 중요하다.”

 -내실화는 어떤 의미인가.

 “복지 예산이 필요한 데 쓰이지 못하거나 부정하게 쓰이는 걸 막아야 한다. 결국은 전달체계의 문제다. 복지정책은 시·군·구를 통해 집행하게 된다. 그런데 지방 인력이 부족하고 체계화돼 있지 않다. 일선 지역사회 조직과 인력을 늘리고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그게 답이다.”

 -부정 수급은 도덕적인 문제 아닌가.

 “어떤 사람들은 복지를 공짜로 여겨 ‘떼먹어도 되겠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복지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 받는 사람의 권리만 있는 게 아니라 책임도 있다. 수급자는 물론 담당 공무원들까지 복지를 올바르게 알고 행동할 수 있도록 국민교육이 필요하다.”

 -전달체계 대안은.

 “지자체의 역할과 책임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사회서비스기본법 제정을 고려해볼 만하다. 현행 사회복지사업법은 1970년에 제정돼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 복지정책은 어디로 가야 하나.

 “지금 우리는 선진복지국가로 가는 중요한 길목에 서 있다. 무엇보다 내실을 다져야 한다. 경제 성장과 사회복지는 수레의 두 바퀴와 같다. 한 바퀴로만 굴러갈 수 없다. 지나치게 사회복지를 강조하면 경제 성장이 힘들어지고, 경제 성장만 강조하면 사회 불안이 커진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장주영·김혜미·이서준·이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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