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골프장 체포' 김명수 의장, 시민 대표 자격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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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검찰이 김명수 서울시의회 의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했다. 김 의장은 특히 시의회 임시회가 열리는 첫날 골프를 치고 나오던 중 긴급체포돼 물의를 빚고 있다. 시 집행부를 견제해야 할 시민의 대표로서 자격이 있는지부터 묻고 싶다.

 김 의장은 지난해 말 서울 서초구 신반포 1차 재건축사업과 관련해 철거업체로부터 “철거를 빨리 할 수 있도록 재건축 사업 심의에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1억여원을 받은 혐의다. 국회로 치면 국회의장에 해당하는 사람이 구속된 것은 이례적이다. 김 의장 혐의가 사실이라면 시민 대표로서의 기본적인 책임을 방기한 것이다. 시의회는 주민을 대표하는 기관으로 입법과 집행 감시, 예산안 심의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런 기관의 대표가 뒷돈을 받고 주민 생활과 직결되는 재건축 사업에 입김을 넣으려 했다니 개탄스러운 일 아닌가.

 더욱이 김 의장은 지난 월요일 오전 경기도 용인의 골프장에서 지인들과 라운드를 마치고 오후 1시쯤 나오다 검찰에 체포됐다. 같은 날 시의회는 오후 4시부터 서울시 추가경정예산안 심의를 위해 임시회를 열 예정이었다. 통상 개회식이 오후 2시에 열리는데 이날은 ‘의장 사정’이라며 두 시간 연기됐다고 한다. 문제의 임시회는 무상보육비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2000억원 규모의 지방채 발행 등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처럼 중요한 회의가 열리는 날 의장이 개회식까지 미뤄두고 골프를 치러갔다는 것은 어처구니가 없는 처신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시의회 민주당협의회가 표적 수사 의혹을 제기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협의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무상보육 예산 지원 문제로 중앙정부와 서울시,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마찰을 빚고 있는 민감한 시점에 민주당 출신 의장을 긴급체포한 것을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고만 치부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물론 검찰이 정치적 잣대에 따라 수사를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뇌물수수 사건에까지 음모론을 펴는 건 상식의 범주를 넘어서는 것이다.

 문제는 서울시의회에 그치지 않는다. 다른 지방의회들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풀뿌리 의정이 지역 토착비리에 얼룩진다면 결국 그 피해는 주민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지방의회 의원들을 감시·견제할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에서 사각지대로 방치돼 있을 가능성도 작지 않다.

 주민들과 사정기관은 눈을 크게 뜨고 부패 고리가 남아있는지 끊임없이 살필 필요가 있다. 그 연장선에서 일부 지방의회에서 도입한 ‘의정 옴부즈맨’ 제도 등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중요한 것은 지방의원들 자신이 비리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의원들이 자정 노력을 다하지 않는다면 시민사회가 촉구하고 강제하는 방법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