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목표와 투자계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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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은행은 올해 금융기관저축목표 1천7백80억원의 달성이 어렵다는 분석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은이 이와 같이 저축목표달성에 비관적인 견해를 가지는 이유로서는 여신증가목표가 연간 2천2백65억원으로 제한되어 있다는 점, 선거를 앞두고 저축「무드」가 형성되기 어렵다는 점, 그리고 현금차관을 극력 억제함으로써 외환부문에서의 통화창조기능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등을 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견해에 따르면 한은이 지적하는 문제점외에도 저축증가 「무드」에 지장을 주는 요인은 많다하겠으며 그 중에서도 우리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점은 차관원리금 상환수요 때문에 생기는 저축잠재력의 후퇴라 할 것이다.
그동안에는 원리금상환압력이 비교적 낮았기 때문에 기업자금의 설출효과가 비교적 적을 수 있었으나 올해부터는 이러한 설출효과가 매우 커질 수밖에 없는 실정임을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다른 사정이 동일한 한, 금융기관예금은 원리금상환수요액만큼 감소되어야 할 상황에 있다는 것을 에누리없이 직시해야 할 것으로 안다.
그 위에 한은이 지적하고 있듯이 현금차관등을 극력억제하고, 국내 여신증가한도를 「타이트」하게 규제한다면 저축증가의 여지는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이미 초년도중의 경제동향에서도 분명히 제기되었던 것이라 하겠으며, 비단 올해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그런 경향이 시현될 것이라는 것은 전문가들이 일치해서 인정하고 있는 바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금융기관예금증가율이 크게 둔화되는 것 자체를 우려할 필요는 조금도 없음을 지적해야할 것으로 생각한다. 왜냐하면「인플레」적인 금융자산과 부채의 증가를 가지고 내자동원 운운하는것이 오히려 비정상적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기 때문이다. 따라서 긴축정책을 궤도에 올려놓으려 한다면 저축성예금증가율이 둔화되는 것을 우려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금증가율의 둔화는 안정화의 징후로 해석되어야 하겠기 때문이다.
문제는 안정화를 추구하는 정책을 살리려한다면 저축목표를 투자계획의 뒷바라지를 하게 하는 종속적 관계에 서게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된다는 점이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진정으로 안정을 추구하려고 한다면 정부로서는 당연히 저축동향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투자계획을 재조정하는 성실성을 견지해야할 것이다.
안정을 추구한다 하면서 내용적으로는 투자계획을 우선시하는 타성 때문에 오늘날 우리가 겪는 금융상의 애로를 감안하더라도 우리가 지난날처럼 무리한 투자계획을 밀고 나가서는 아니된다는 점을 특히 지적해야 할 줄로 안다. 우리의 당면한 경제적 여건은 이제부터 안정을 성장보다 우선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있는 것이며 안정을 우선시키기 위해서는 과거와는 반대로 투자계획을 저축추세의 종속변수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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