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으로 불리고, 주식으로 날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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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해 고위 공직자들은 재테크 방법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 등 투명하고 안정적인 수단을 택한 경우 재산이 소폭이나마 늘어났고, 부동산 붐이 한창일 때 부동산을 판 사람은 재산이 크게 불어났다. 그러나 주식 투자자들은 대부분 큰 손실을 봤다.

◇부동산 웃고=재산 증가 상위 20명 가운데 15명이 부동산을 매도하면서 실거래가와 신고가(기준시가 혹은 공시지가)간의 차이로 재산이 늘었다고 신고했다.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신고가가 1억원인 부동산을 실거래가 2억원에 매도하면 차액 1억원 만큼 재산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신고가가 실거래가에 턱없이 못미치는 경우가 많아 재산의 증감이 많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리위 관계자는 "재산심사 때 재산 항목간 자금이동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해 문제가 있을 경우 현지 확인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식 울어=6백11명의 고위공직자 가운데 재산 감소 2위에 오른 박승 한국은행 총재(9억원 감소)의 경우 주식매매로 7억9천만원, 보유주식 가격 하락으로 1억7천만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철 전 장관도 8억7천만원을 손해봤다.

감소액 10위의 정충수 대검 강력부장도 주가하락으로 1억6천만원의 손실을 봤다.

◇문제점=이번 재산변동 신고 때 직계 존비속 일부의 재산을 제외시킨 사람은 모두 47명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이종남 감사원장, 이팔호 경찰청장 등이다. 공직자윤리법상 '부양받지 않는 직계 존비속은 고지를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규정은 정당치 않은 방법으로 축적한 재산을 은닉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이 때문에 지난 20일 서울행정법원은 참여연대가 윤리위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고지 거부 존비속의 명단과 이유를 밝히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어 이번에는 공개되지 않았다.

윤리위가 신고된 내용에 대한 전산조회만 할뿐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조사를 직접 벌이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인력이 15명에 불과한데다 조사기간도 5월 말(3개월 연장 가능)까지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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