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겨울방학 독서운동-국립중앙도서관 아현분관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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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어린 시절부터 길들인 독서습관은 일생을 통해서 소중한 지식의 샘이 되어준다. 특히 우리나리에서와 같이 책을 읽지 않는 풍토에서는 더욱 독서의 습관이 절실하게 필요한 과제의 하나다.
지난 1월7일부터 시작하여 오는 28일까지 3주간 계속될 「어린이 겨울방학 독서회」는 바로 이러한 취지에서 시작된 뜻깊은 모임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이 아현동분관에서 매일상오9시30분부터 하오5시까지 무료로 열고 있는 이번 독서지도회는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열린 것으로 겨울방학동안 국민학교 어린이만을 대상으로 책에 우선 흥미를 느껴 접근하도록 이끄는데 목적을 두고있다.
이 독서회를 창안하고 시도한 주역은 아현분관 사서교사 홍정연씨다. 그는 미국에서 도서관학을 전공하고 2년 반 동안이나 그곳 어린이를 지도하면서 『어린이들에게 독서습관을 바로 지도한다는 것이 참으로 중요한 문제라고 느낀 것이 이번 운동의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어린이들에게 읽을 책을 알맞게 골라 주고 독후감 쓰기를 지도하며 새책을 소개하고 공공도서관에서의 질서도 겸해서 가르치는 것이 사서교사의 임무다. 매일아침 9시30분이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어린이만도 1백 명이 넘는다. 현재까지 겨울방학 독서회를 다녀간 어린이는 시내 22개 국민학교에서 모여든 2백53명으로 거의 고정적인 어린이가 찾아오고 있다.
이 독서회에 처음 들어오게 되면 먼저 학년별로 지정된 책9권씩을 읽게된다. 지정도서가 대출되었으면 서고 속의 다른 책(모두 3천여 권)가운데서 사서교사의 도움으로 골라 읽게되고 읽은 후엔 다섯줄의 짧은 독후감을 쓰게된다.
홍정연씨는 『이미 책에 흥미 있는 어린이도 중요하지만 우선 흥미를 갖지 못한 어린이의 관심을 모으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말한다. 사서교사의 수효나 수준도 향상돼야겠고 무엇보다 어린이를 소중히 생각해야겠다고 말하는 홍정연씨는 『도서관학과 출신 가운데 이 분야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많이 나와야겠고 도서관 사서는 책을 지키는 사무원이 아니라 책이 읽어야할 사람을 찾아 나가도록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국립중앙도서관 독서담당관으로 이번 독서회의 행정을 맡은 김경일는 『사전·종교·역사·위인전·동화 등 여러 가지가 구비되어있긴 하나 아직 충분하지 못하며 금년에는 책도 늘고 시설도 확장했으면 한다』고 말하면서 지금으로선 이번 독서회가 상당히 성공적인 것으로 보이는데 당분간은 여름·겨울방학에만 국한되겠지만 앞으로는 각급 학교로, 각 직장으로 전면적인 하루10분 독서운동을 열 계획임을 밝혔다. 또 독서회가 끝나는 28일에는 수료「파티」를 열고 5권 이상 읽은 어린이에게 수료증과 상품을 주어 계속 흥미를 갖도록 이끌 방침이다. 또 어린이가 읽은 책의 주인공을 골라 알아맞히는 간단한 시험도 가질 예정이다.
『앞으로는 방학이 끝나면 책을 관외 대출시켜 집에서 읽도록 하고 싶다』는 홍 선생의 말이다.
지금은 매주금요일 홍 선생이 직접 새책을 소개하는 독서이야기 회를 맡고있으나 『새책을 항상 읽고 연구하고 지도할 지도자가 없다는 것, 시설부족, 관외대출이 불가능한 것』이 현재의 문젯점으로 지적되고있다. <정영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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