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예산 5년간 565조 … 연평균 7%씩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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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복지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박근혜정부 5년 임기 중 복지 분야 예산에만 565조원의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기획재정부가 밝힌 국가재정운용계획 연도별 지출 내역을 분석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보건·복지·고용을 아우른 이른바 복지예산이 올해 97조4000억원에서 내년 105조9000억원으로 불어난 뒤 박근혜정부 종반에 이르는 2017년에는 127조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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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연평균 7%씩 늘어나는 것으로, 현재 3%대에 불과한 잠재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에 따른 적자는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떠넘겨지는 적자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해야 한다. 지난해 말 443조1000억원이던 국가채무는 내년에 500조원을 돌파해 2017년에는 6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국가채무가 쑥쑥 늘어나면서 5년 동안 증가율은 37%에 달한다. 재정경제부 시절 예산실장을 지낸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이렇게 국가채무가 급증하면 건전재정 기조가 무너져 복지공약의 도미노 붕괴가 불가피하고 재정 파탄에도 이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내년만 해도 경제성장률이 3.9%에 그칠 것으로 보면서도 내년 복지지출 증가율을 8.7%로 확대하는 내용으로 예산안 편성을 마쳤다. 더구나 재정지출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의무지출은 올해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연평균 6.9% 증가할 전망인데 이는 같은 기간 재정지출 증가율(3.5%)의 두 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의무지출은 중앙정부의 지방 이전 재원과 국고채 이자 지출처럼 고정적으로 나가는 것인데 여기에는 복지 분야 법정지출이 포함돼 있다.

 특히 기초연금·공적연금 같은 복지 분야 법정지출이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지출은 법을 고쳐 지원 규모를 줄이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 예산 수요가 늘어나면 결국 빚으로 돌아오는 국채 발행을 통해서라도 확대할 수밖에 없다. 기재부 예산실 관계자는 “복지 분야 법정지출은 노인인구, 연금수급자 증가에 따라 2013~2017년 사이에 연평균 9.1% 증가할 전망”이라며 “특히 기초연금 27.8%, 공적연금 12%의 가파른 증가율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지출 추산은 저출산 여파로 생산인구가 감소하고 베이비부머의 고령화가 한층 가속화되는 2017년 이후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 5년 후에는 정부가 부담하게 될 기초노령연금과 4대 중증질환 진료비도 더욱 커져 정부의 추산보다 복지예산 지출이 훨씬 더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같은 지방 이전 재원도 내국세 수입 증가 전망에 따라 연평균 5.7%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경기가 눈에 띄게 살아나지 않으면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된다. 이렇게 되면 주요 복지제도 예산을 중앙정부와 나눠 부담해야 하는 지방정부는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릴 수 있다.

 정부에서는 우려되는 재정건전 악화에 대비해 재정운용에 ‘페이고(Paygo)’ 원칙 도입을 추진 중이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다. 페이고는 새롭게 돈을 쓰는 의무지출 법안을 만들려면 그에 상응하는 재원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원칙인데, 이미 도입된 의무지출만 해도 재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쪽지 예산을 넣고 의원입법이 남발되는 상황에서 페이고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안으로 증세가 거론되지만 쉬운 방법은 아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금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증세를 하면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뿐”이라며 “증세는 세출 구조조정과 세입 확충 노력을 한 다음에 고려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세법개정안 파동에서 나타난 것처럼 누구도 세금을 더 내려 하지 않기 때문에 증세도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강봉균 건전재정포럼 이사장은 “균형재정은 한번 무너지면 돌이킬 수 없다”며 “재정 형편에 맞게 공약 이행 시기를 조절하고 경기활성화에 초점을 맞춰 우선 경제부터 살려놓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세종=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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