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한 전략 없지만 … 주고객인 주부 생활 스타일에 딱 맞춘게 통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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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고물가 시대를 맞아 일을 갖고 싶어 하는 주부가 늘고 있다. 하지만 ‘육아와 교육은 엄마 몫’이라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동시에 일을 하기에는 걸림돌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부업도 아니고 창업이라면 주부들에게 더욱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릴 것이다. 우리는 흔히 창업을 하기 위해서는 대단한 전문지식이나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문지식이나 경험 없이도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를 창업과 연결시켜 성공한 사례를 주위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서울 잠실의 아파트단지 상가에 자리 잡고 있는 손뜨개방 ‘毛(모)름지기’는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를 창업과 연결시킨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손뜨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편한 시간에 와서 대화할 수 있는 사랑방과 같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 어릴 때부터 뜨개질로 밤을 지새우던 전선예 사장의 꿈이었다. 이 때문에 모름지기에는 강의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그저 손님이 편한 시간에 오면 언제든지 강습을 받을 수 있다. 손뜨개방의 주요 고객은 주부들이다. 주부의 일이라는 것은 변수가 많아 의외로 시간에 제약을 많이 받는다. 시간이 자유롭다는 것은 주부들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강습료를 받지 않는 것도 모름지기의 또 다른 특징이다. 강습료를 지불하는 백화점 문화센터나 손뜨개방에서 진행되는 강습은 정해진 일정 때문에 일대일 지도가 어렵고 진도가 늦은 손님은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잦다. 하지만 모름지기에서는 손님이 원하는 진도에 따라 강습이 이뤄지기 때문에 초보부터 10년이 넘는 고객까지 다양한 고객들이 찾고 있다.

전 사장과의 인터뷰 당일 강습을 받고 있던 손님은 문화센터에서 손뜨개 강습 숙제를 위해 배우러 왔다가 계속 모름지기를 찾고 있다고 한다.

  거창한 경영전략이 없어도 성공할 수 있음을 전 사장의 모름지기가 보여주고 있다. 단지 자신의 일을 즐길 수 있으면 성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음을. 지지자(知之者) 불여호지자(不如好之者), 호지자(好之者) 불여락지자(不如樂之者).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기만 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고 한 공자의 말이 떠오른다.

주영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중앙일보·삼성경제연구소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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