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전당에 초대받지 못한 피트 로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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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선수로서 최고의 영예는 과연 무엇이 될 것인가? 이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는 것이 최고의 영예 중에 하나라는 사실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우리들이 현역 최고의 타자 중의 한 명인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대해 평가할 때 그는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얻지 못한 불운의 선수라고 이야기 할 수는 있다.하지만 본즈는 남은 야구 인생에서의 성적과는 관계없이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점에서 결코 불운한 선수가 될 수는 없다.

정직이 최고의 덕목 중의 하나로 생각되는 미국 사회에서는 야구 선수는 성적보다는 부도덕하지 않는 점이 그들을 존경받도록 하는 요소가 된다.그래서 본즈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루지 못하고 은퇴하더라도 적어도 깨끗한 선수로서 생활했다는 면에서 그는 후세의 사람들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 인물로서 남을 수 있을 것이며 야구 선수로서 모든 영예를 얻지 못했지만 결코 불운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은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1983년 내셔널리그 신인왕 출신의 대릴 스트로베리가 자신은 범죄자이지만 팬들에게는 자신이 야구 선수로서는 꽤 훌륭했던 선수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것 역시 이것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정직하지 못했던 야구 선수로서 우리는 피트 로즈를 언급하곤 한다.그래서 피트 로즈는 이런 점에서 본다면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불운한 선수 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그가 이룬 업적은 어느 누구에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단 한 번의 실수로 인해 최고의 야구선수들에게 주어지는 영예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로즈의 기록은 거의 모든 기록들이 최고의 위치에 올라 있다. 그를 말할 때 가장 먼저 언급하는 로즈의 통산 4256개의 안타는 통산 최다 안타 부문에서 16년째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도 깨지기 어려울 것이다.20년 넘게 야구를 했던 선수들조차도 3천안타의 벽조차 허물기를 버거워하는 현실을 생각할 때 로즈의 기록은 앞으로 출현하게 될 그 어떤 타격의 달인도 쉽게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이 뿐만 아니라 로즈가 출장했던 3562경기 역시 역사상 최고의 기록으로 남아 있다.

56경기 연속안타의 주인공이었던 조 디마지오가 이 기록을 달성한 해인 1941년에 출생했다는 사실이 운명처럼 느껴지듯 로즈는 1978년에 44경기 연속안타라는 대기록을 작성하였고 이는 내셔널리그 기록으로서는 최고의 기록으로 남아 있다.그리고 이 기록은 또한 디마지오의 56경기 연속 안타를 가장 위협했던 최후의 기록이기도 하였다.로즈 이후 올시즌까지 24년 동안 40경기 이상 연속안타를 친 선수는 없었을 정도로 그는 타격에 관한 한 최고의 선수였던 것이다.

로즈는 1975년 소속팀 신시내티 레즈를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고 또한 월드시리즈 MVP까지도 수상했다.물론 이전에도 로즈의 기록은 화려했다.

1973년 로즈는 내셔널리그 MVP를 수상했으며 1963년 내셔널리그 신인왕도 그의 몫이었다.1969년과 1970년에는 외야수로서 두 번에 걸쳐 골드 글러브를 수상했으며 타격왕도 3번이나 제패했던 그였다.무려 17번에 걸친 올스타전 출장은 로즈가 그 시대의 최고의 타자 중의 한 명이라는 사실을 반영해 주는 것이다.

역대 최다 기록으로서 또 다른 기록인 10번의 시즌 200안타 기록에 시즌 최다 안타 1위 7번의 기록 등 이 모든 기록들은 그를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도록 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는 기록들이다. 그리고 로즈는 각각 다른 5개의 수비위치에서 모두 500경기 이상 출장한 역사상 유일한 선수이기도 했다.이 점에서 로즈는 역사상 가장 다재다능했던 스위치 타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 대부분의 메이저리거들이 재능이 부족해서 전당에 헌액될 수 없었다면 로즈는 반대로 실력은 최고였지만 단 한 번의 도박이 그를 전당에 헌액되지 못하도록 한 계기가 되었다.이는 역사상 최고의 선수중의 한 명을 명예의 전당에서 볼 수 없도록 한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뿐만 아니라 팬들에게도 크나큰 손실로 다가오는 것이다.

로즈는 늘 많은 점에서 타이 캅과 비교되곤 했다.그리고 그 중에 하나는 자신의 팀을 도박에 연루시켰다는 것이다.하지만 이것이 캅과 그 자신을 은퇴 이후의 야구 인생에서의 서로 다른 운명을 결정짓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캅은 역사상 최초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는 영광을 누린 선수가 되었다. 하지만 로즈는 오늘날까지도 그의 복권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자격이 정지된 상태에 있다. 1989년 로즈는 커미셔너인 지암매티에 의해 야구 선수로서 금지된 활동인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서 야구 활동 정지 명령을 받았고 이는 그의 명예의 전당에의 헌액을 어렵게 하고 있다.아직도 로즈는 자신의 복권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다.

역사상 최고의 선수 중의 한 명이었던 로즈를 복권시키느냐 하는 문제는 한 개인의 명예 회복을 떠나 최고의 선수에게 그에 걸맞는 영예를 가져다 주어야 한다는 팬들의 열망과 정직하지 못한 선수는 아무리 최고라고 해도 명예의 전당에는 헌액될 수 없다는 야구 위원회 사이에서 빚어지는 갈등으로 인해 아직까지도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배길태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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