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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화학 사건 개운 찮은 수사|「심증」굳히고도 방증 못 잡는 물 도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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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럭키 재벌인 럭키화학공업 주식회사와 럭키 유지 공업 주식회사의 성지 수원지 물 도용 여부 사건은 수사에 나선 부산 북부 경찰서가 처음부터 수박 겉 핥기 식의 맥빠진 수사를 벌여 수사에 나선 지 20여 일이 지나도록 뚜렷한 방증을 못 잡아 숱한 의문점을 안은 채 식어만 가고 있다.
경찰은 럭키 회사(치약·비누 포함)가 63년 l2월21일 부산시로부터 성지 수원지 하류의 하천 점용 및 유수 인용 허가를 받아 2천t을 저수할 수 있는 2개의 지하 집 수조를 만들어 지금까지 만 7년 7개월 동안 수원지 관리 사무소 직원과 짜고 수도 물을 빼내 공업 용수로 쓰고 있다는 정보를 지난달 22일 입수, 수사에 나섰다.
처음 경찰은 집 수조의 위치가 여과지와 배수지의 폐수로 어귀에 설치돼 있어 수돗물을 도용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심증을 굳히고 급수 담당 직원 조문호씨(42)등 2명을 대상에 올려 수사를 하는 한편 방증 수집에 나섰다.
그러나 경찰은 수사 착수 20여 일이 넘도록 이렇다 할 방증을 캐내지 못하고『도수할 수 있는 여건 등 심증은 충분히 가나 방증이 없다』면서 사건 수사를 흐지부지 얼버무리고 있다.
경찰이 수사를 하는 동안 용의점이 있다고 심증을 굳히게 된 것은 ①「럭키」회사가 하루 2천t의 공업 용수를 절대 필요량으로 하면서 한 달쯤 전에 정식으로 허가 난 공업 용수 관 (40mm)을 휴전시킨 점. ②하루 10시간이면 집 수 탱크에 3백70t의 물이 괼 수 있다고 럭키 회사측이 주장했는데 반해 1백mm 이상 비가 내리지 않으면 현재 집 수정이 있는 개울은 메말라 있는 점. ③또 집 수조가 수원지의 여과지와 배수지 폐수로 어귀 바로 밑에 설치돼 있어 수원지 관리사무소와 짜면 얼마든지 물을 빼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점. ④수원지 관리 사무소의 급수 담당 직원끼리 럭키 회사에서 제공한 사례금을 둘러싸고 다툰 일이 있었다는 정보가 있고 ⑤럭키 회사의 공업 용수 절대 필요량은 하루 2천t이상인데 부산시에서 허가 난 상설 송수관(40mm)을 통해 공급되어 온 급수 량은 하루 2백t뿐으로 집 수 탱크에 괸다는 3백70t을 합쳐도 6백t이 안되고 있어 이 모자라는 1천4백여t은 공급처가 없다는 점 등 숱한 의문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럭키 회사측은 ①여과지와 배수지의 폐수를 받아쓰는 한편 지하수를 개발, 여기서 얻어지는 하루 3백70t과 공장 안에 저장된 집 수장(2천t 저수 가능)물로 원 등기 냉각 및 공정 용수(제품 생산)로 쓰고 있다고 경찰과는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는데 경찰의 수사가 비과학적인 주먹구구식에 그쳐 이를 뒤엎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같은 유지 공업이며 공장 규모는 럭키의 3분의1 밖에 안 되는 G 회사의 경우, 하루 3천t의 공업 용수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보다 규모가 엄청나게 큰 럭키 회사가 2천t으로 공정 용수 및 냉각용으로 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유지업계에서는 입을 모으고 있다.
이같이 럭키 회사의 공업 용수 사용에 대한 불합리한 점이 구증 되는데도 경찰은 방증을 못 잡았다는 이유를 내세워 수사를 포기할 가세를 보이고 있다. 【부산=이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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