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 금리 방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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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내년에「텀·론」(Term-Loan) 제도를 실시하여 은행 대출 기간을 현실화하고, 중·장기 대출과 단기 대출을 구분하여 차등 금리를 적용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한다.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2단계 금융 정상화 방안으로「텀·론」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며, 원칙적으로 장기 대출에는 고금리를, 그리고 단기 대출엔 저금리를 적용할 것이라 한다.
이러한 정부의 구상은 업계의 집요한 금리 인하 요구에 대한 정부의 긍정적 반응이라 하겠으며 검토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 하겠다. 오늘날 업계가 자금 부족과 세계에 유례없는 고금리 때문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가리울 수 없는 사실이며, 더군다나 이런 상황하에서 업계는 긴축 정책의 장기화에 따른 불경기 때문에 종래와 같은 판매자 시장의 재미도 별로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TV·자동차 등 이른바 내구 소비재는 그 국내 시장 상황이 이미 한계성을 시 현하고 있어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하해야 할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방직·모직·시멘트 업계 등도 격심한 불황 속에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요 업계가 거의 이처럼 견디기 어려운 불황에 직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여파는 필연적으로 전산 업에 미칠 소지를 충분히 내포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당국으로서도 차제에 불가피하게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에 직면하고 있음은 쉽사리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업계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경제 동향은 선뜻 금리 인하를 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도 또한 가리울 수 없는 현실이라 할 것이다.
지난 11월말 현재 전국 도매 물가는 전년 말 대비 10·1%나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것이며, 이는 예년에 없는 높은 상승률인 것이다.
또 긴축 정책의 여파로 금융 기관 예금 증가율이 크게 둔화되어 예년의 40% 수준에도 미달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물가 상승률이 높아지고 예금 증가율이 크게 둔화되고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금리 인하를 어렵게 하는 가장 현실적인 조건이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한편에서는 불황 적인 징조가 보이고, 다른 한편에서는 인플레 적인 경향이 현저히 나타나고 있는 근자의 경제 동향은 우리 경제가 확실히 어떤 분기점에 직면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 할 것이며, 이 사실이야말로 당국으로서는 참고하는 금리 인하 요구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정세 판단을 주저하는 이유라 할 것이다.
정부가 금리 인하를 위한 「텀·론」을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런 의미연관하에서 상당한 의미를 내포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즉 그것은 경제 정세가 불황 쪽으로 기운다는 판단이 묵시적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라고 일단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을 주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텀·론」방식에 의하여 중·장기 대출에 고금리를 적용하고, 단기 대출에 저금리를 적용한다는 것은 사실상 금리 인하 조치와 상통하는 것으로 봄이 옳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기업 풍토나 금융 풍토 하에서 중·장기 대출과 단기 대출을 구별한다는 것은 별로 큰 뜻을 가지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텀·론」방식으로 금융을 정상화한다는 것은 결국 그러한「텀·론」방식이 실질적인 금리 인하의 구실 밖에는 하지 못 할 것도 또한 분명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경제 정세가 불황 적인 것이냐, 아니면 인플레 적인 것이냐를 먼저 정밀히 분석 판단하는 일이라 할 것이며, 경제가 불황 속으로 기우는 것으로 판단되는 한, 어떤 형태로든 지간에 금리 인하 조치는 불가피한 것이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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