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에 바란다] 下. 이경숙 淑大 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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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권의 출발에 국민은 새로운 기대감을 갖는다. 우리나라의 21세기 첫 대통령이 이끄는 나라가 진정한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창조하기를 간절히 염원하고 있는 것이다.

개혁과 쇄신으로 정치.경제.사회에 희망을 불어넣고 역사의 큰 전환기를 유연한 상승곡선으로 이어나가는 일이 제16대 노무현 대통령 앞에 놓인 국정운영의 과제라 볼 수 있다.

국내외 상황이 어수선한 지금, 국민의 신뢰 회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많은 문제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속에서 실마리를 찾고 사안을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의 리더십만큼 요구되는 것이 없다.

시대를 통찰하며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해 국민을 통합하는 대통령의 리더십이야말로 위기와 불신을 극복하는 가장 중요한 동력일 것이다.

*** 국민신뢰 회복이 출발점

대통령 임기가 시작됐고 이제 급선무는 뚜렷한 국가 비전을 제시하는 일이다. 전체를 통합할 수 있는 비전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국민 참여의 수준은 세 가지에 의해 좌우되리라 생각한다.

첫째 원칙에 입각하는 것이다. 부정부패와 인기영합 등 기준을 이탈한 결과는 항상 치유하기 어려운 불신을 가중시켜왔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보편 타당하고 공평하며 일관적인 정책 논리를 개발함으로써 갈등을 줄이고 화합의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국정을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 국민은 국가 최고 수반과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사명의식과 책임감을 바라게 마련이다.

이러한 바람이 어긋나면 국민은 실망하고 좌절한다. 정부를 바라보는 냉소적 시각과 무관심이 고착화될 수 있다. 정직과 신뢰로 성과를 나타낼 때 우리의 민족적 자신감도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훌륭한 팀워크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세대.계층별 갈등과 분열을 해소하기 위해 원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시스템과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대통령을 구심으로 인사탕평과 균형 발전을 추구하며 유능한 인재들을 등용할 때 국민이 화합하고 국력 증진의 청사진이 명확해질 수 있다.

특히 국가의 미래를 설계함에 있어 교육과 여성 두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강조하고 싶다.

교육은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왔다. 부작용과 폐해도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현실적인 해법을 신중하게 강구하는 동시에 자율과 경쟁의 원리를 기본으로 시대에 부응하는 교육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규제를 완화하고 특성화와 경영의 합리적 실적에 따라 평가하는 정책이 지향됨으로써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여성인력 개발과 활용을 위한 국가발전 계획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기를 바란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점점 고학력화하고 있다. 대부분의 여성 인재는 풍부한 감성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고등교육기관에서 지식을 습득하며 창의적인 능력을 키우고 있다.

여성의 잠재력을 사회적 역량으로 흡수하는 일은 고도의 지식정보사회로 나아가는 원동력이다.

따라서 취업 기회.육아.직장 문화.네트워크 형성 등 여성의 사회활동 환경과 여건을 구조적으로 개선하는 데 정책적 뒷받침이 있어야 할 것이다.

*** 실현 가능한 목표 제시를

국민의 신뢰는 목표의 제시가 아니라 목표의 실현으로 얻어질 수 있다. 이를 인식하고 대화와 토론, 경청, 섬김의 문화를 주도하며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대통령을 그려본다.

새 봄이 오면 얼음이 녹아 시내로 흐르고 강물과 바다로 흘러들 듯이 새 대통령을 맞아 우리나라가 성공적인 변화의 물결을 통해 국민 통합의 길을 열고 세계로 뻗어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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