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현 박사팀 '산림 대동여지도' 만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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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산림과학원 정진현 박사가 10년의 노력 끝에 최근 완성한 한국산림토양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번에 만들어진 지도에는 토양의 종류, 자라는 나무의 종류 등 산림의 관리와 경영에 필요한 모든 정보가 들어있습니다."

최근 '한국 산림토양도'라는 전자지도를 만들어낸 국립산림과학원 정진현(53.사진) 연구조정실장은 3일 중앙일보 기자와 인터뷰하면서 "선진국들도 아직 이 정도까지 상세한 정보를 담은 산림토양도를 내놓지 못했고 이제 겨우 시작하는 단계"라고 자랑했다.

산림토양도는 한마디로 우리 국토 면적의 64%를 차지하는 산지를 손바닥처럼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만든 지도다. 정부가 추진 중인 국가지리정보시스템(NGIS) 사업의 하나로 산림과학원 등이 1995년 작업에 착수한 이래 10년 만에 완성했다. 연인원 2600여 명의 산림공무원이 전국의 산야를 누비며 현장조사를 통해 정보를 축적했다. 현장 조사비용만 140억원이 들어갔다.

이 지도는 전국 산지 641만5000㏊를 2만5000분의 1로 압축(축척)해 813장의 지도로 만든 것이다.

현재 '한국의 산림입지'라는 책과 '수치 산림입지도'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져 전국 산림공무원들에게 보급되고 있다.

컴퓨터에 입력된 지도의 경우 도면의 각 부분을 마우스로 클릭할 경우 3㏊(300m×100m) 단위로 토양의 종류, 산지의 경사도, 흙의 깊이와 수분 함량, 나무의 종류와 나이 등 35가지 상세한 정보가 제공된다. 이를 통해 어느 곳에, 어떤 나무를 심고, 어떻게 가꿔야 하는지를 금방 파악할 수 있다.

정 실장은 1978년 산림과학원(당시 임업연구원)에 들어온 이후 전국의 산림토양 정보를 집적하라는 임무를 부여받고 그동안 줄곧 전국의 산야를 다니며 정보를 축적해 왔다. 15년간 전국을 돌아다닌 끝에 산림토양을 28개 토양형으로 분류, '산림토양족보'를 만들어 산림과학원과 학계에 보급하기도 했다.

그는 "70년대엔 곡괭이 같은 험한 장비를 들고 산을 오르내리고 바닷가를 배회하다가 간첩으로 오인 받아 몇 차례 연행돼 조사를 받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정 실장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상대적으로 많이 흡수하는 수종을 재배할 필요가 생기면 이를 어디에 심어야 하는지를 곧바로 '검색'해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토양 산성화와 대기오염으로 인해 소나무가 줄어들고 있다"며 "재선충이 급속히 퍼지는 것도 산성비.황사 등으로 인해 소나무가 허약해진 탓"이라고 지적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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