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한 쟁점 개표방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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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해 설>
투표함을 하나씩 차례로 개표하느냐, 여러 투표함을 혼합해서 개표하느냐는 문제는 여-야간에 득실이 있다.
개별개표는 투표구의 투표성향을 확연히 알 수 있기 때문에 ①소 지역단위의 책임제로 선거운동을 하려는 정당에 유리하고 ②그 성과에 따라 다음선거(대통령선거 뒤의 국회의원선거) 대책을 새우는 중요한 자료로 쓸 수 있다.
투표구 정도의 작은 지역단위에까지 득표대책을 바로 세우는 것은 신민당보다 많은 조직을 갖고 있는 공화당에서 가능한 일이기에 개별개표는 공화당에 유리하다.
이에 대해 야당은 투표의 결과가 명백해짐으로써 관권선거의 여지가 많다고 보고 있다.
현행 국회의원선거법은『동시에 계 표하는 투표함은 2개를 넘어서는 안 된다』(제117조)고 했고 대통령선거법은『개표는 전 투표함이 도착된 후 전 투표함을 혼합해서 행한다』 (제105조)고 규정돼 있다.
말하자면 국회의원은 개별투표를, 대통령선거는 혼합개표를 하도록 되어있는데 이는 일부 선거 무효의 경우 전자는 지역구를 단위로 하는 것이 타당하고, 후자는 투표구를 단위로 해야한다는데 입법취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야 협상에서 신민당은 의원선거의 개별개표 조항을 좀더 명백히 하자고 해서 개표와 검토의 단계를 구분하고 개표함 위에 투표함 2개까지만 올라갈 수 있도록 했던 것.
여-야 협상에선 의원선거 개표절차를 이렇게 바꾸어 대통령선거법도 이에 대해서 개정키로 했는데 정리된 대통령선거법 조문은 손질이 안돼 있었다. 그 까닭은 김대중씨가 대통령선거의 혼합개표 제를 희망하여 양당 총무가 이를 양해했기 때문.
공화당 의원들은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이의를 제기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이밖에도 몇 가지 조항을 위헌이라고 들고일어났으나 협상을 깰 수 없다는 이유 때문에 상당히 후퇴해서 혼합개표 제만 애초의 여-야 합의대로 고치면 위헌 논을 거론치 않겠다는 입장이다. 신민당은 의원선거의 현행 개표조항을 개정치 않으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하지만「아이러니」하게도 공화당 측에서 오히려「종전 합의대로 법을 고치자」고 나오고 있는 것이다. <조남조 기자<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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