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목 인제대 석좌교수 『웰페어노믹스』 책 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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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신자유주의도, 복지포퓰리즘도 저성장과 양극화를 풀 수 없다. 이젠 제3의 길을 찾아야 한다.”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서상목(66·사진) 인제대 석좌교수가 최근 『웰페어노믹스(Welfarenomics)』(북코리아)를 펴냈다. 제목처럼 복지와 경제의 조화를 모색한 책이다. 서 교수는 경제와 복지를 넘나든 흔치 않은 이력을 갖고 있다. ‘경제성장과 소득분배’를 주제로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980년대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원장으로서 국민연금을 설계하고 도입하는 일을 주도했다. 그는 24일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이 자유주의적 경제정책과 국가주의적 사회정책을 융합한 박정희 패러다임으로 성공했듯이 지금의 저성장과 양극화를 새로운 자본주의 모델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웰페어노믹스가 뭔가.

 “신자유주의와 복지국가 모델을 수정·융합해 함께 성장하는 자본주의를 만들자는 거다. 신자유주의가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데엔 대성공을 거뒀지만 양극화 문제를 심화시켰다. 유럽식 복지국가도 대안이 못 된다. 시절이 좋았던 수십 년 전 얘기다. 박정희 패러다임도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신자유주의를 어떻게 수정해야 하나.

 “우선 정부의 국가 전략 수립 및 집행 기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예전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같은 걸 하지 않는 건 정부가 손 놓고 있는 셈이다. 청와대나 정부 차원의 큰 그림이 없으니 공무원 차원에서만 간섭하게 되고 불필요한 규제가 늘어난다. 둘째로 기업은 경제적 가치와 더불어 사회적 가치 창출에도 앞장서는 새로운 경영 전통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시민사회의 참여를 늘려 공생 발전의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복지는 어찌해야 할까.

 “서구식 복지국가 모델을 수정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넓혀 나가야 한다. 스웨덴은 영국보다 민주적이고 미국보다 자본주의적이다. 중소기업이 망하고 기업이 해고를 해도 국민들이 불만을 갖지 않는다. 사회안전망이 잘돼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늘려나갈 수 없으니 감당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요즘 기초연금 공약 수정 논란이 뜨겁다.

 “안타깝지만 예상했던 일이다. 성장과 복지를 함께 추구할 시스템을 고민하지 않고 공약 이행이라는 좁은 시각으로 접근한 결과다. 기초연금은 필요하다. 우리 노인빈곤율과 자살률은 창피할 정도다. 하지만 내는 만큼 받는 국민연금과 섞는 건 잘못됐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은 돈이 아니라 시스템을 통합해야 한다.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까지 이런 방식으로 다 묶어야 일관된 노후복지를 달성할 수 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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