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연극관객 수준급제|셰익스피어 극단은 말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예상 이상으로 성황을 이룬 서울공연을 마치고 귀로에 오른 「런던·셰익스피어」극단 단원들은 닷새동안의 공연 결과에 대해 만족해했다.
연출자「미터·포터」씨는 관객 입장수와 관객의 반응이 연극공연의 성공을 가늠하는 확실한 척도인데 이 두 가지 점에서 이번 공연은 완벽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연일 만원을 이룬대다가 마지막 공연 때도 수백명이 입장을 못하고 되돌아 갈 정도였다는 건 지난 10여년간 해외공연을 겪어 온 자기로서도 흔한 일이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오델로』에서 「이아고」역을, 「햄리트」에서 유령역을 맡았던 「톰·크리들」은 관객의 반응에 관해서 「극장 안에 음식을 가져다 먹고 또 제멋대로 입·퇴장을 하는 일본관객에 비해 한국관객의 태도는 훌륭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햄리트」중 「햄리트」왕자가 어머니의 방에 들어가서 『어머니 오늘밤은 삼촌의 침대에 들어가지 마십시오」라고 타이르는 장면에 이르자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린 것은 이 작품의 전체 연결을 잘 이해 못 한 일부 관객들 때문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체적으로는 관객들의 반응이 높은 수준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몇몇 관객들 그 중에도 특히 마지막날 공연 때 맨 앞자리에 앉았던 한 부인은 「카메라」를 가지고 와서 매 5분마다 「셔터」를 눌렀는데 그 「셔터」소리 때문에 대사를 잊어먹을 뻔했다고 「크리들」씨는 말했다. 영국에서는 극장 안에「카메라」를 가지고 들어오는 것이 금지되어 있을뿐더러 그런 행동은 상식 이하여서 좀 뜻밖이었다고 불평을 털어놓았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가진 생명력은 아름답고 상상력 풍부한 언어에 있는데 수세기 동안 무수히 공연되는 동안 극의 언어가 갖는 효과가 둔해졌다고 「크리들」씨는 지적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이「런던」에서 시도되고 있는데 최근에 『겨울이야기』를 대중화하여 등장인물을 「히피」로 묘사한 시도 같은 것이 그 한 예라고 그는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 한국인이 보다 친숙하게 알고있는 작품들을 더 보여주지 않은데 대해서 그는 너무 잘 알려진 장면을 자꾸 보여주는 것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신비로운 시의 경지를 보여주는 『겨울이야기』『십이야』등을 공연, 새로운 자극을 주는 것이 뜻 있다고 말했다. 『죽느냐 사느냐…』로 시작되는 「햄리트」의 독백은 이제 진절머리가 난다고 「크리들」씨는 덧붙였다. 이들 일행은 28일 「홍콩」으로 떠났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