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 사건 관련 … 이종명·민병주 법정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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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원세훈(62·1심 재판 진행 중) 전 국가정보원 원장과 함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으나 기소유예됐던 국정원 전·현직 고위간부 두 명이 법정에 서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29부(부장판사 박형남)는 23일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라고 검찰에 명령했다.

 재판부는 “국정원 조직 내에서의 이들의 위치와 (범행) 가담 정도를 고려해보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피의사실에 대한 기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 전 차장 등은 원 전 원장과 함께 재판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전 차장은 군 장성 출신으로 2011년 4월 초 국정원에 영입돼 2년간 근무하다 퇴직했다. 민 전 단장은 현재 국정원 간부로 재직 중이다.

 민주당은 올해 초 원 전 원장과 이 전 3차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모해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여당과 정부를 지지하고 야당에는 반대하는 게시글·댓글들을 올려 국내 정치와 대통령선거에 개입한 혐의가 있다면서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은 지난 6월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원 전 원장만 기소했다.

 당시 수사팀은 “이 전 차장 등은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랐다. 상명하복 관계의 조직 특성 등을 감안해 원 전 원장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원 기소를 유예한다”고 밝혔다. 이에 신경민 의원 등 민주당 의원 3명은 “이 전 차장을 비롯해 국정원 관련 직원 5명에 대한 검찰의 기소 유예 처분이 부당하다”며 재정신청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심리전단 소속으로 직접 게시글을 작성했던 국정원 직원 김모(29)씨와 이모씨, 외부 조력자 이모씨 등 3명에 대한 재정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상급자의 지시 등에 따라 사건에 가담했고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에서다.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 이범균) 심리로 진행된 원 전 원장에 대한 5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국정원 여직원 감금사건’의 당사자인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외부조력자 이씨를 만난 시점에 대해 허위진술을 했다”며 “상사의 존재를 숨기려고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사이버 활동이 정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왜 파트장을 숨기려 했느냐”는 검찰 측 신문에 김씨는 "수사 상황이 언론에 많이 노출돼 거짓말을 했다”고 답했다.

박민제 기자

◆재정신청=검사가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한 뒤 죄가 없다고 판단해 피의자를 불기소 처분했을 때 고소·고발인이 제기할 수 있는 불복 절차. 신청이 접수되면 관할 고등법원이 해당 사건을 직권으로 심리해 기소 여부를 판단한다. 법원이 재정신청을 받아들여 공소제기 명령을 내리면 검찰은 담당검사를 지정해 피의자를 기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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