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영업이익률, 도요타에 추월 당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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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자동차가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 순위에서 도요타에 세계 2위 자리를 내줬다. 국내 시장 점유율 70% 선이 무너진 지 한 달도 안 돼 또다시 들려온 우울한 소식이다. 최근 들어 현대·기아차의 정체 기미를 보여주는 통계 수치들이 속속 발표되면서 낮은 생산성과 늘어진 신차 출시 주기에 근본적인 메스를 가하지 않으면 더 큰 위기를 맞을 것이란 지적이 커지고 있다.

 2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올 상반기에 8.9%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100원을 팔았을 때 8.9원을 이익으로 남겼다는 얘기다. 물론 업계 전체적으로 따져보면 세계 3위에 해당하는 높은 수치다. 문제는 추세가 꺾이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상반기에는 10.5%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해 BMW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었다.

 현대·기아차를 밀어낸 것은 도요타다.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5.3%에 불과했던 도요타는 올 상반기 9.6%로 급등했다. 다른 수치들 역시 괄목할 만하다. 상반기 매출액은 1219억7300만 달러로 세계 1위. 영업이익도 117억5900만 달러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무려 97%나 늘어났다. 분위기도 좋다. 지난 몇 년간 도요타를 괴롭혔던 대규모 리콜 사태의 여진이 완전히 사라졌고 엔저 현상으로 원가 경쟁력까지 생겼다. 족쇄를 끊고 날개까지 단 격이다.

 가뜩이나 최근 들어 웃을 일이 별로 없는 현대·기아차에는 반갑지 않은 뉴스다. 현대·기아차의 국내 상황은 지난달 내수 점유율, 69.1%가 단적으로 대변한다. 꺾일 줄 모르는 수입차들의 점유율 상승 행진에 줄을 이은 품질 논란, 노조의 부분파업 등으로 인해 5년 만에 70% 아래로 추락한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부분파업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그러나 바로 그 부분파업으로 상징되는 이 회사의 노동생산성 저하는 결코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다. 올 상반기에도 주간2교대제 시행과 관련한 특근 거부로 현대·기아차의 국내 공장 생산량은 5.6%나 줄어들었다.

 거의 유일하게 긍정적인 곳이 중국이다. 현대·기아차는 상반기 32%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중국 시장에서 최고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연간 147만 대 판매 목표도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도 의존도가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이 있다. 현재 현대·기아차의 중국 시장 판매량은 전 세계 판매량의 20%에 달한다. 중국의 성장세가 주춤한다면 회사 전체적으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아직 고급 브랜드로 자리 잡지 못한 상황이라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본격화하면 현재의 위치가 쉽게 흔들릴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기업 구조조정 자문업체인 알릭스파트너스는 최근 “현대·기아차가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고 고급차 분야에서도 성공을 거둬야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이어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혁신 마인드가 떨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한동안 기존 차량들을 개량한 연식 변경 모델 외에는 이렇다 할 신제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수입 디젤차들의 인기에 놀라 단종시켰던 승용 디젤들을 급하게 내놓는 등 전략 면에서도 민활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2010년을 전후해 봇물처럼 쏟아진 제네시스·YF쏘나타·아반떼MD·K5·쏘울·투싼ix·스포티지R 등은 디자인이나 컨셉트, 품질 등 모든 면에서 과거 제품과는 차원이 다른 혁신적인 제품들이었다”며 “현대·기아차가 정체기를 벗어나려면 그때와 같은 혁신 마인드로 재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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