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겨나간 도서관의 절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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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며칠 전에 N도서실에서 책 한 권을 빌렸다. 책을 펴보고 나는 아연했다. 책 속에 여러 「페이지」가 찢겨 나가고 없지 않은가. 그 순간 분노가 솟구쳐 얼굴이 상기됨을 느꼈다. 그날 하루 종일 기분이 몹시 언짢았다. 이럴 수가 있는가. 여러 사람이 봐야할 책을「노트」하기 싫어 찢어서 가져간다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노릇이다.
또한 비록「페이지」수는 제대로 있는 책이라도 대부분 굵은 연필로 줄을 치고 낙서를 해서 지저분하기 짝이 없다. 자기의 책이 아닌 공중의 책은 아무렇게나 사용해도 좋다는 사고방식이 어디서부터 생겼는지. 정말 한심스럽다.
이런 예 이외에도 공중도덕을 무시하는 처사는 얼마든지 볼 수 있는 것이 우리사회의 실정이다. 일본에서 한 미국인이 동경거리를 거닐다가 침이 뱉어진 세 곳을 보고서 야만인이라고 규정 지었다는 일화를 들은 적이 있다. 그가 우리 나라 서울의 거리를 거닐었으면 무슨 인이라고 평했을까. 이제 우리는 거리에 침을 뱉는 사람이 정상이요, 안 뱉는 사람이 비정상이 될 정도로 공중도덕이 땅에 떨어졌으니 우린 모두 같이 반성해야 되겠다.
도서관 책을 빌어 볼 때는 그 책이 다른 사람에게도 자기와 똑같은 필요에 의해서 이용된다는 자각과 거리에 뱉어진 침이 얼마나 불결하고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는가 하는 의식을 보편화 시켜야 하겠다.
하루바삐 공중 도덕 정신을 양양하기 위해선「매스컴」의 범국민적「캠페인」도 중요하겠거니와 내일의 일꾼이 될 학생들에게 교사의 특별한 지도가 있어야 하겠으며 남이야 어찌되든 나만 편하면 된다는 이기주의를 이 땅에서 완전히 몰아 낼 때만이 우리의 사회는 명랑해질 것이며 더 나아가 국가 근대화에 밑거름이 되는 진정한 요소임을 분명히 말하고 싶다. <성북구 미아동 551의95·이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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