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참사] 실종자 사망인정 기준놓고 마찰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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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대구지하철 참사 수습과정에서 실종자 수를 확정하고 보상하는 등의 문제가 시신 수습작업 만큼이나 어려운 작업으로 대두하고 있다.

어느 기준에 따라 실종자를 사망자로 인정하느냐를 놓고 대책본부와 실종자 가족들 사이에 이견이 너무 커 마찰이 예상되는 것이다.

민법상 실종선고는 사고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가족들이 신청하면 6개월간의 공시최고를 거쳐 확정된다.

그러나 이번 사고의 경우 통상적인 절차로는 수습이 어려워 호적법상의 '인정사망' 규정을 적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호적법은 사망증거는 없지만 재난.사고 때 정황증거 등으로 사망이 확실하다고 볼 수 있는 경우 재판을 거치지 않고 사고조사를 담당한 관공서의 보고에 의해 사망을 인정하는 인정사망제도(제90조)를 두고 있다.

이에 근거해 대책본부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실종자심사위를 구성해 신분증.의류 등의 유류품과 휴대전화 위치 확인, 폐쇄회로TV 자료, 동승자 증언 등의 정황자료를 토대로 인정사망 여부를 판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25일까지 휴대전화 위치확인이 신청된 2백22건 중 71건이 이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19전화 통화기록도 중요한 단서 가운데 하나다. 실제 화재 발생 직후에 119엔 1백50여통의 전화가 걸려왔고, 이 중엔 전동차 승객이 건 것도 상당수일 것으로 추정된다. 대책본부는 음성감식 등의 절차를 거쳐 신고자를 희생자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폐쇄회로TV 녹화테이프도 중요한 단서이기는 하지만 5개역에선 촬영조차 되지 않은 데다 화질마저 나빠 실종자 확인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단서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실종자 가족들의 반발이다.

실종자유족대책위는 "음성.영상 등의 인정자료가 없을 경우 직장 출근기록, 학교.학원 등의 소속 여부, 병원예약 기록 등의 정황증거까지 광범위하게 인정해야 한다"며 시민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은 대구시와 지하철공사를 상대로 이와 관련한 소송을 준비 중이어서 앞으로 인정기준이 어느 정도 완화된다 해도 사망을 인정받을 수 없는 가족들의 반발을 소화해 내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별취재팀

특별취재팀:취재=허상천.송의호.정기환.정용백.홍권삼.황선윤.강주안 기자

사진=조문규.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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