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5년전 파행' 되풀이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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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한 25일 국회는 파행으로 얼룩졌다.

5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 파행의 원인은 김종필(金鍾泌)총리 임명동의안을 둘러싼 정쟁이었고, 이 날은 대북 비밀송금 사건에 대한 특검법안과 고건(高建)총리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둘러싼 대립이 문제였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서로 상대의 양보만을 요구해 협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국회 본회의는 유회됐고, 총리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처리되지 못했다.

◇협상… 결렬… 본회의 유회=당초 국회 본회의는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었다. 양당은 이 날 오전부터 대표.총장.총무 등 지도부 간 연쇄 접촉을 했다.

민주당 정균환(鄭均桓)총무는 오후 1시쯤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총무에게 전화를 걸어 총리인준안을 먼저 처리해주면 하루 뒤 특검법안 처리에 협조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이를 거부했다.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선 강경발언이 쏟아졌다. 홍준표(洪準杓)의원은 "병역 때문에 10년간 멍든 게 우리 당"이라며 "고건 총리후보자를 인준해줘선 안된다"고 했다. 김용균(金容鈞)의원 등은 "우리가 핫바지냐"며 "오늘 특검법안을 처리하지 않으면 과반수를 차지한 의미가 없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총리인준안을 특검법안과 연계하는 건 국정 발목잡기" 등의 강성 발언이 속출했다. 민주당은 의원총회 중에 이만섭(李萬燮).김원기(金元基).김상현(金相賢)의원 등이 박관용(朴寬用)국회의장을 찾아가 "총리인준안부터 처리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先) 특검법안, 후(後) 총리인준안 처리'를 주장하는 한나라당과 '선 총리인준안 처리, 후 특검법안 논의'라는 민주당의 주장은 팽팽히 맞섰고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막판 총무회담은 결렬됐다.

양당은 오후 4시 국회 본관 중앙홀에서 열리는 盧대통령 취임 경축 연회를 감안해 본회의를 오후 5시로 연기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양당의 입장 차이는 여전했고, 급기야 朴의장은 본회의 유회를 선언했다.

◇모양새 구긴 경축 연회=오후 4시 국회 본관 중앙홀에선 盧대통령 취임 경축 연회가 열렸다. 그러나 이 시간 한나라당은 연회장과 맞닿아 있는 국회 예결위 회의실에서 민주당을 성토하는 의원총회를 열었다. 민주당도 국회 본관 1층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한나라당을 비난했다.

오후 3시30분쯤 총무회담 결렬 후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은 연회장을 가로질러 본회의장에 입장하는 바람에 연회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기도 했다.

박승희.신용호.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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