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수 저『법창 30년』을 읽고|권순영<변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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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갑수 선배께서 「법정」지에 「법창 30년」을 매달 연재하고 있었을 때 나는 이것을 재미있게 읽고 있었는데 「사법행정」지에서 나보고「법창 30년」을 써달라고 해서 이것을 쓰고 있다. 편집자의 「아이디어」가 김 선배님의 「법창 30년」에서 나왔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서 선배님과 글 경쟁을 하는 것 같아서 항상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던 차에「법창 30년」이 단행본으로 출판되어 필자로서는 홀가분한 마음이 든다.
저자와 내가 법률을 공부하고 판사가 되고 변호사가 된 데는 똑같이 뚜렷한 이유가 없고 살다가보니까 그렇게 되었다. 그것이 멋있는 것 같아서 똑같이 법창 30년, 20년을 쓰는 것 같다.
저자나 나는 우리나라 법조계에 있어서 역사적 존재인 것 같다. 저자는『청운의 꿈을 품어본 것 만해도 행복일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자기의 걸어온 길을 후회하고 있지 않다.
이것이 구시대의 인물이다. 나도 나의 걸어온 길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의 후배는 그렇지가 않은 것 같다.
만약 판사라는 직업을 돈으로 평가한다면 대학교수와 마찬가지로 할만한 일이 못된다. 『돈은 모든 것을 살 수 있다. 그러나 돈 가지고도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회풍조가 점차 없어지고 돈 가지고도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한다면 판사와 같은 직업은 인기 없는 사양 직업임에 틀림없다.
저자와 같은 판사가 계속해서 배출되기를 나는 바란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욕심뿐이지 돈도 모르고 기분과 의리에 사는 기질을 1970년대의 30대 청년 법조인에게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면 저자의 회고담은 문화재적 가치가 있으며 이는 역사로서 보존되어야 한다. 이와 반대로 저자와 같은 젊은 선배가 속출되기를 희망한다면 이 책은 역사적 존재가치 뿐 아니라 요새 말하는 미래학으로서도 가치가 있는 것이 된다.
이 책에 술 마시는 이야기는 솔직 대담하게 표현되었으나 여자 이야기가 빠진 것이 유감이다.
저자는 나의 두 학교의 선배일 뿐 아니라 그가 대법관 시대에 나는 국장으로서의 부하였을 뿐 아니라 그의 자당이 권 씨라 외손으로서 친밀감을 갖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법조인으로서 인간성이 풍부하고 「보스」기질이 있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글은 사람」이라고 한다. 이 책 속에는 저자의 소박한 인간성이 그대로 실려있다.
머리에 기름도 안 바르고 양복바지도 잘 다려 입지 않고 구두도 잘 닦아신지 않는 털털한 인간성이 그대로 글에 나타나 있다.
어느 때 변호인 석에 앉아 있는데 김갑수 전직 대법관인줄 모르는 정리가 『당신 같은 사람이 앉는 자리가 아니야』라고 말하면서 방청석으로 가서 앉으라고 했다는 일화가 있다. 그는 문필가도 아니며, 미문가는 더욱 아니다. 그러나 읽고 나면 여운이 남는 것은 그의 훈훈한 인간성 때문일 것이다. <법정 사간· 1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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