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총수 지분율 10%씩 완화를" … 공정위 "지분율 조정땐 다 빠져나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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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공정거래법 시행령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범위를 둘러싸고 공정거래위원회와 여당이 갈등을 빚고 있다. 이 규제는 박근혜정부의 ‘경제민주화’ 관련 주요 법안 중 대표적인 사례다.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총수 일가의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 등 사익편취 행위를 막겠다는 것이 기본 취지다.

 공정위와 정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은 12일 국회에서 당정 협의를 열었으나 격론이 오간 끝에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공정위가 마련 중인 공정거래법 시행령 초안에 따르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이 되는 기업의 범위와 관련, 계열사에 대한 총수 일가 지분율은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이다. 또 규제대상 거래 유형 중 면제조건은 ‘정상가격과 차이가 7% 이하이면서 거래금액 50억원 미만’으로 제시돼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은 시행령 초안에서 정하는 규제대상 기업의 총수 지분율이 지나치게 빡빡하게 잡혀 있다고 주장했다. 또 ‘효율성·보안성·긴급성’, 세 가지로 분류한 예외조항의 경우 표현이 추상적이라 공정위에 재량권이 너무 많이 부여되면서 그룹 계열사 간 정상적 거래까지 막는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일부 의원은 대안으로 ‘상장사는 40%, 비상장사는 30%’ 안을 내놨다. 또 면제조건은 ‘정상가격과 차이가 10% 이하이거나, 거래금액 50억원 미만’을 요구했다. 면제조건에 ‘7%’와 ‘50억원’을 모두 충족시키는 것은 너무 엄격하다는 것이 새누리당 측 주장이다.

 이에 대해 노대래 공정위원장은 “예외조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할 경우 조금만 조항에서 벗어나도 규제대상이 되면서 도리어 기업에 자승자박의 결과가 될 수 있다”며 “시행령이라 하더라도 표현은 다소 포괄적일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또 총수 일가 지분율 하한선을 올릴 경우 지분율을 조금만 조정해도 규제 대상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를 들어 현대차그룹의 상장기업 글로비스의 경우 현재 총수 일가 지분율이 43%인데, 지분율을 3~4%포인트 정도만 조정해도 규제 대상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논리다.

 새누리당 의견대로 총수 일가 지분율을 ‘상장사는 40%, 비상장사는 30%’로 올릴 경우 10대 그룹 비상장사 중에서는 현대차그룹의 해비치호텔(총수 일가 지분율 28%)과 롯데그룹의 후지필름(22.1%), 한진그룹의 싸이버로지텍(27.5%)이, 상장사 중에서는 ㈜한화(31.66%)와 ㈜두산(36.28%)이 대상에서 제외된다. 만약 전경련의 주장대로 지분율 규정을 50%로 올릴 경우엔 삼성그룹에서는 에버랜드(46.03%)와 삼성SNS(45.75%)·삼성석유화학(33.19%)·가치네트(36.69%) 등 4개사, 현대차그룹에서는 글로비스(43.39%)와 앰코(35.06%)·현대오토에버(30.1%)도 규제대상에서 제외된다.

 새누리당은 추석연휴 전에 의원들의 의견을 모아, 공정위에 전달하기로 했다.  

세종=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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