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연극 관객의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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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편「실험극장」은 창단 10년을 맞아 우리 나라에서는 거의 없다 시피 한 연극 관객의 분석을 위해 두 차례에 걸친 관객 조사를 실시했다.
69년의 『맹진사댁 경사』와 지난봄의『사육』공연 때의 관객 5백47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를 보면 우리 나라 연극 관객 중에는 학생층이 61.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조사는 62∼63년도에 미「미니애폴리스」의「타이런·거드리」 극장에서 실시한 관객 조사와 비교 분석하고 있는데 미국의 직업별 관객 층은 전문직이 31.2%로 제일 많고 그 다음이 주부 (22.9%) 학생 (17.9%) 회사원 (12.8%)의 순이다.
이에 비해 한국의 관객은 학생층이 엄청나게 많고 그 다음이 회사원 (15.1%), 전문직 (7.3%)의 순이며 주부는 무직자(4%) 보다 적어 2.4%밖에 되지 않고 있다.
성별 조사에서는 미국이 여성 55.4%, 남성44.6%인데 비해 한국은 여성 관객이 좀더 많아 58.1%, 남성이 41.9%를 차지하고 있다.
연령별 조사에서는 한국관객이 18세∼25세가 60.%로 제일 많고 그 다음이 26세∼35세 (22.9%), 18세 이하(11.8%)의 순인데 나이가 많아질수록 숫자는 더 떨어진다. 미국의 조사에서는 36세∼49세가 27.3%로 제일 많고 그 다음이 26세∼35세 (25.7%), 50세 이상(23.4%) 18세∼25세(17.8%)의 순으로 한국 관객과는 연령층이 완전히 다르다.
직업별·연령별·성별조사를 종합해 보면 한국과 미국 관객의 차잇점을 알 수 있다 .우리 나라 사람은 학생시절에 제일 연극을 많이 보고 차차 나이가 들고 직업을 가질수록 연극을 멀리하는 경향이다. 이에 비해 미국인은 나이가 들수록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인지 주부 층도 많고 26세 이상의 관객이 전체의 76.4%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것은 양국의 경제적 수준과 예술에 대한 수용성의 차이라고도 볼 수 있다.
또 이 조사에선 우리 나라 극단의 수효에 대한 설문에는「적당하다」(25.2%) 보다「적다」가 훨씬 많아 57.5%로 나타났다. 이것은『우리 나라에는 극단이 너무 많다』는 연극인들의 견해와는 대조적인 것으로 관객들은 우선 많은 극단과 많은 공연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연극의 사회에 대한 기능 조사에서는「전전한 오락을 제공한다」(21.9%) 보다「인간의 근원적인 진리를 추구한다」(39.1%)「현실의 문젯점을 파헤치고 비판한다」(27.2%)가 많아 관객의 연극에 대한 요구가 오락 이상의 것임을 알 수 있고 또 연극 발전을 위한 요소로는「관객의 적극적인 참여」(37.3%)를 들고 있어, 앞으로 우리 나라 연극운동의 가능성을 암시해 주고 있기도 하다.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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