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노 추징금 완납 이끌어낸 특례법 … 다음엔 '김우중 추징법' 국회 대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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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左), 최순영(右)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완납이라는 16년 묵은 과제가 해소되면서 국민들의 눈은 다른 고액 추징금 미납자에게로 쏠리고 있다. 당연히 미납액이 가장 많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첫손가락에 꼽힌다. 김 전 회장과 전 대우 임원들에게 선고된 추징금은 올해 서울시 예산 총액(23조5490억원)보다 많은 23조300억원(이 중 김 전 회장은 17조9253억원)이다. 김 회장 등은 이 중 840억원을 낸 뒤 돈이 없다며 버티고 있다. 이들이 내지 않은 돈만 전체 추징금 미납액(25조3800억원)의 90%를 넘는다.

 1900억원이 밀린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도 사정권에 들어 있다. 이들은 재산을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 돌려놓은 채 돈이 없다고 버티고 있다. 하지만 본인들은 여전히 여유로운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김우중 전 회장의 경우 베트남에 상당한 재산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전·노 두 전직 대통령의 추징금 완납에 속칭 ‘전두환 추징법(공무원범죄몰수특례법)’이 1등 공신이었던 것처럼 최근 입법 예고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민간인 추징금 미납자들에게도 큰 효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본인과 가족·은닉혐의자들에 대한 계좌 추적과 압수수색, 소환조사 등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또 제3자의 재산이 범죄수익인 것으로 확인되면 이를 본인 명의로 돌려놓는 법적 절차 없이 곧바로 압류와 추징이 가능해진다. 범죄수익을 은닉하려면 탈세 등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추징을 위한 강제조사 과정에서 다른 혐의로 추가 형사처벌할 가능성도 생긴다.

 국가에 낼 돈을 안 낸 사례로는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과 아들들도 빼놓을 수 없다. 정 전 회장이 2225억원, 3남 보근씨가 644억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이 낼 돈은 세금으로 추징금과는 사정이 약간 다르다. 국세청 관계자는 “정씨 부자의 국내 재산은 모두 압류·처분했고 국내에서는 사실상 경제 활동을 할 수 없다”며 “현재 해외에서 재기를 노리는 것으로 보이지만 외국에서 형성한 재산은 자발적으로 국내로 들여오기 전에는 손쓸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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