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볼 만한 공연] 백건우냐, 김선욱이냐 … 피아노 애호가의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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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피아니스트 백건우, 오른쪽은 피아니스트 김선욱.

이번 토요일(14일) 오후 피아노 애호가는 어디로 갈지 즐거운 고민에 빠진다. 서초동이냐, 역삼동이냐, 그것이 문제다. ‘건반의 구도자’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백건우(67)씨가 오후 7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슈베르트의 밤’을 열고, ‘젊은 피’로 꼽히는 피아니스트 김선욱(25)씨가 오후 5시 LG아트센터에서 ‘베토벤 소나타의 밤’을 열기 때문이다. 어느 쪽도 놓치기 아까운 명연주가 기대되기에 안타까울 뿐이다.

 백건우는 한 작곡가를 붙들고 몇 년씩 깊이 파 들어가 자기 음악으로 만드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베토벤·브람스를 거쳐 이번에는 슈베르트를 들고 돌아왔다. 낭만주의 작곡가 프란츠 슈베르트(1797~1828)의 즉흥곡, 피아노 소곡, ‘악흥의 순간’으로 프로그램을 꾸몄다. 백건우에게 새삼 음악이 너무 아름답다는 걸 깨닫게 해준 피아노 독주곡의 고갱이들이다. 중간 휴식시간 없이 하나의 여행처럼 죽 흘러가는 구성이다. 연구곡들은 도이치그라모폰 레이블의 음반으로도 나왔다.

 김선욱은 왕성하게 자신의 입지를 넓혀가는 신진 피아니스트다. 2년에 걸쳐 베토벤 소나타 32곡을 완주 중인 그는 이제 결승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번 일곱 번째 리사이틀에서 제27, 28, 29번을 연주하고 나면 11월 마지막 8번째 독주회만이 남는다. 특히 29번 ‘하머클라비어’는 연주시간만 40분이 넘는 대작으로 그의 역량을 보여주는 시험대다. 지난 8월 영국 뮤직 페스티벌 ‘BBC 프롬스’에 데뷔하며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인 김씨에게 눈길이 쏠리고 있는 시점이라 더 흥미 있는 무대다.

 두 피아니스트의 한날 연주는 베토벤과 슈베르트, 두 작곡가의 대비로도 흥미롭다. 비슷한 시기를 살았던 두 음악가는 당대에 이미 영광을 누렸던 베토벤, 서글프게 곤궁한 삶을 이어갔던 슈베르트로 극명하게 갈린다. 그들이 타계한 지 87여년이 흐른 지금, 두 작곡가의 음악은 어떤 울림을 우리에게 주는가.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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