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인도 등 아시아 신흥국, 위기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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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데이비드 만(사진)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아시아 지역 리서치 총괄은 최근 신흥국들의 재정악화에 대해 “이미 예견된 상황이므로 위기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1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말레이시아·인도 등 일부 아시아 국가의 자본 이탈 현상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며 “아시아 지역 대외 취약성 지표·외환보유액 등을 고려할 때 현재 상태는 일부 국가의 지역적 불균형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왜 위기가 아닌가.

 “위기의 정의는 ‘성장이 둔화되고 침체될 만한 금융적 충격’을 뜻한다. 그러나 현실을 보자. 물론 미국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 이후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재조정으로 일부 아시아 국가들에서 자본 유출이 진행됐다. 하지만 2007년 위기와 비교해보면 그 여파가 크지 않다. 아시아 지역 경상수지가 악화되긴 했으나 적자인 국가들은 거의 없다. 투자자들은 이미 3분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양적완화 축소 예정을 감안해 시장가격을 형성했다. 실제로는 양적완화 축소가 서구 경제 현황을 나아지게 하는 만큼 신흥국가에도 호재로 작용할 거라 본다. 혼란에 빠질 이유가 전혀 없다.“

 -앞으로 나아질 거란 얘긴가.

 “공식적으로 내년 미국 성장률을 2.7%로 예상하는데 아시아도 성장이 가속화될 거라 본다.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도 더 빨리 성장하게 될 것이고 인도의 경우 바닥을 치고 회복할 거라 예상한다. 중국도 성장률이 둔화되긴 했지만 7~8% 수준으로 점진적 회복 단계를 밟을 것이다.”

 -최근 흐름에서 주목할 만한 특징은.

 “어느 누구도 위기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신흥시장과 선진시장 구분이 없다. 2007년 금융위기 전만 해도 경제 사이클이 있었지만, 이젠 미국 주택시장 하락 등을 통해 그 믿음이 허구라는 것을 시장도 알고 있다. 어느 누구도 안주할 수 없고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한국 시장은 어떻게 보나.

 “한국은 향후 18개월간은 최적의 시기(sweet spot)를 보낼 것이다. 환율 경쟁력도 있고, 대외 여건이 개선될 여지가 많다. 인플레이션도 비교적 낮다. 수출과 투자를 통해 단기 성장이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어려워 보인다. 가계부채보다는 고령화 현상이 문제다. 현재 속도로 고령화가 지속된다면 2016년부터 실질적 노동력이 감소할 수 있다.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여성의 사회참여율을 높여 여성 근로자들을 증대시키는 게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한국 정부 정책은 어때야 하나.

 “한국은 이미 일부 대기업을 통한 성공 사례를 갖고 있다. 한국이 주변 국가와 저가 상품 경쟁을 하는 단계는 지났다. 다른 나라와 차별화된 창조적인 제품을 내놔야 하는 게 과제다. 그런 의미에서 ‘창조경제’라는 이번 정부의 방향은 맞다고 본다. 생산성 증대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시점인 만큼 부가가치를 만들고 경쟁국과 차별화할 수 있도록 이끌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

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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