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급, 전국에 비상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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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카이로29로이터동화】히스테리에 가까운 발작상태에 빠진 1백여만명의 이집트군중들이 고 나세 르대통령의 유해가 안치되어있는 쿠베 궁전주변에 쇄도하고 있는 가운데 이집트지도자들은 긴급각의를 열었다.
대통령서리에 취임한 아놔르·사다트의 주재하에 열린 이 긴급각의에서는 주로 10월1일에 거행되는 고 나세르 대통령의 국장절차 및 국가안보를 위한 긴급조치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전국에는 비상사태령이 선포되고 휴전구역인 수에즈운하 연변의 이집트군은 비상경계령을 받고있다.
이집트 신문들은 닉슨 미대통령의 조문을 크게 보도했다.
이집트인들은 아직도 그들이 『주인』이라고 애칭하는 나세르 이외의 지도자를 실감있게 느낄 수 없다.
나세르는 곧 이집트 혁명의 동의어로 되어 있다.
나세르 대통령 유해가 안치된 궁전주변에 모인 군중의 선두에 서있는 검은 사복의 하녀들과 막벌이 노동자들도 『카멜, 우리를 두고 어디로 가느냐』고 외치며 통곡하고 있었다. 여인들은 발작적으로 자신들의 얼굴을 할퀴면서 울부짖었고 20대의 한 불구청년은 경찰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보조차를 팽개치고 장사진을 이룬 군중대열에 뛰어들었다.
밤샘을 한 수10만명의 군중들은 기진맥진하여 거리보도 위에 혹은 잔디밭에 쓰러졌다. 29일 정오 지나서 궁전에 이르는 도로는 완전히 차단됐고 남녀노소의 대열이 한없이 계속됐다. 병사들은 눈물에 젖어 검은 둘레를 한 나세르 대통령의 초상화를 들고 다녔고 모든 사람이 검은 휘장을 달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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