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정가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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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추석을 전후하여 오르고 있는 각종 물가는 좀처럼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계속 강세를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종 협정가격이 일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연탄 값은 이미 개당23원으로 오른 경우가 있으며, 이어서 목욕탕 업자들도 10월1일을 기해 입욕료를 50% 올리기로 결정했다고 전문된다. 그밖에도 이발로·쇠고기 값 등이 곧 오를 기미로 있다고 알려지고 있는 것이며 그러한 움직임에 대해서 당국은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서 이를 막겠으며 불응하는 경우에는 강경 조치를 불사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각종 협정가격이 추석을 고비로 하여 일제히 오르는 이유를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업계나 당국이 다같이 무리를 저지르고 있는 면이 없지 않다는 점에서 우리의 견해를 몇 가지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우리는 업계가 계절적인 기회를 이용하거나, 또는 다른 공공요금 인상을 빙자해서, 코스트 상승요인에다가 덤을 붙여 폭리를 시도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있는데 대하여 고언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원탄 값을 올렸으니. 연탄 값을 올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사치성 수도요금이 차별적으로 올랐으니, 목욕요금을 올려야 하겠다는 것도 일단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원탄 값이 10% 올랐는데 연탄 값은 20%이상이나 올려야 하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는 것이며, 더군다나 사치성 수도요금이 오른 것을 빙자해서 대중탕 입욕료를 50%씩이나 올리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가격의 원단위 구성비를 고려할 때, 소비자 가격상승률이 원탄 값 인상률이나 수도요금 인상률보다 월등 낮아야하는 것은 이론상 지극히 자명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업계가 거꾸로 가격인상폭을 앞질러 더 높이려는 것은 빙공영사의 표본으로 마땅히 지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점 업계의 가격 인상률은 한계선을 넘고 있는 것임을 크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한편, 당국에도 허점과 행정상의 모순이 있음을 우리는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당국이 물가상승세를 잡고자 69년 말부터 긴축정책을 집행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안정될 기미를 보이니까, 은연중에 다시 긴축정책을 풀어주는 듯한 방만성을 보여 주었을 뿐만 아니라, 한발 앞서 버스 택시 요금인상·수업료인상·석탄 값 인상·수도료인상·담배 값의 실질적 인상 등 잇달아 물가상승무드를 부채질하는 결정을 발표하고 있는데 대해 깊이 반성해야 하겠다는 것이다.
당국이 물가상승 무드를 조성하고 실질적인 코스트 상승요인을 형성하면서 업계의 가격인상은 행정적·물리적인 힘으로 막으려 하고 있는 것은 분명히 모순이며 무리인 것이다. 오히려 당국은 코스트 요인에 기인된 가격인상 요인을 엄밀히 분석하여 그에 배당하는 만큼은 순리대로 그 인상을 인정하는 관습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래야만 당국과 업계의 관계가 정상화될 것이며, 업계도 무리한 가격인상을 삼가는 자제력이 생길 것임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솔직이 말하여 그동안의 당국과 업계의 관계는 무리와 억지의 대결이었기 때문에 사태가 악화될 경우, 도리어 물가가 크게 뛰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물가상승요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무사찰이다, 등록취소다, 행정조치다 하는 강제조치를 당국이 마구 행사하기 때문에 업계는 일시적으로 눌리는 듯한 시늉을 하다가도 당국의 힘이 약해지거나 호기가 도래했을 때에는 반대로 업계가 한술 더 떠서 적정선 이상으로 가격을 대폭 인상하는 버릇이 생겼다는 것이다. 요컨대, 당국과 업계는 다같이 합리적인 자세를 확립할 필요가 절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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