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베트남서 주목 받는 투자자인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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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래 회장

“베트남의 북쪽은 삼성이, 남쪽은 효성이 가장 주목받는 ‘큰손 투자자’다. 그런데 이번 대통령 국빈 방문 때 베트남 경제사절단에 효성이 빠져 다소 의아했다.”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며 10년 넘게 무역 사업을 하는 김모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7~11일 국빈 방문 때 경제 사절단 명단에서 효성그룹이 제외된 데 대해 아쉬워했다. 베트남에서 활발히 사업을 펼치고 있는 효성이 혹시라도 비즈니스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안타까움에서다.

 김 대표의 말대로 삼성전자는 베트남 북부의 박닝성·타이응우옌성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박닝성 공장은 삼성전자의 전 세계 휴대전화 생산라인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효성에는 남부의 경제 도시 호찌민 인근 동나이성이 전진기지다. 2007년부터 이곳에서 스판덱스·타이어보강재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7500억원, 올해는 1조원 돌파를 내다본다. 베트남 전체 수출액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현지 채용 인력은 4500명 남짓. 효성 관계자는 “지금까지 베트남에 투자한 자금은 8억4000만 달러에 달한다”며 “베트남은 최대의 해외 전략 거점”이라고 설명했다.

 베트남에서 효성은 최근 스판덱스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스판덱스는 머리카락 굵기의 3분의 1에 불과하지만 고무줄보다 2~3배 탄력성이 뛰어나고 원상 회복력이 강해 ‘섬유의 반도체’로 불린다. 이 회사는 시장점유율 30%대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효성 관계자는 “올해 안에 현지 생산량을 30% 늘리는 등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나이공단에서 모범 경영기업, 세무서로부터 우수 납세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현지에서도 외국인 투자 성공 사례로 꼽힌다.

조석래(78) 효성그룹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2007~2011년)을 지낸 인물이다. 더욱이 그는 1980년대부터 한·일 경제협회와 한·미 재계회의, 태평양경제협의회, 한·중 재계회의 등 굵직한 국제경제교류 단체를 맡아 오면서 ‘재계의 외교관’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효성 측이 “이 같은 조 회장의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활용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하는 이유다.

 조 회장은 당초 재계가 추천한 사절단 인사 명단에 포함돼 있었으나 정부 발표에서 빠졌다.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세무조사 과정에서 출국이 금지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조 회장이 사절단에 포함됐다면 효성의 현지 사업은 물론 국익에 도움이 됐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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