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에 영향준 '심판판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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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이하 한국시간) 뉴욕 양키스와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이 치뤄진 양키스타디움에서는 타구 하나가 시리즈 전체의 향방을 결정지었다.

4-3으로 뒤지던 뉴욕 양키스의 데릭 지터는 짧디짧은 양키스타디움 오른쪽펜스로 플라이타구를 띄웠고, 오리올스의 우익수 토니 태라스코는 펜스앞에 기다리고 있다가 점프하며 볼을 잡아내는 순간, 제프리 메어리라는 소년이 글러브에 들어갈 공을 낚아채 버렸다.

심판은 홈런으로 인정했고, 양키스는 연장 11회말 버니 윌리엄스의 끝내기 홈런으로 1차전에서 승리를 차지했다. 결국 양키스는 챔피언십을 4승 1패로 통과했고,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차지했다. 작은 판정하나가 경기의 승부를 갈라놓은 것이다.

2002년 월드시리즈 7차전이 벌어진 에디슨인터내셔널필드에서도 작지만 큰 실수가 나왔다.

1-0으로 뒤진 애너하임 에인절스의 공격, 2사 1루에 주자를 두고 타석에는 포수 벤지 몰리나가 들어섰다. 원스트라이크 원볼에서의 판정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게는 두고두고 아쉬운장면이 될 것이다. 직구를 예상하던 몰리나는 변화구에 당황하며 배트를 멈추려고 했으나, 배트의 끝이 살짝 돌아갔다.

자이언츠의 포수 베니토 산티아고와 투수 리반 에르난데스는 1루심 앙헬 에르난데스에의 판정을 기다렸으나 스윙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슬로비디오에서도 몰리나의 배트가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볼 카운트가 유리해진 몰리나는 동점 적시타를 쳤고, 에인절스는 선취점을 내준 것을 만회하고 흐름을 돌려놓기 시작했다. 작은 카운트하나에 불과하지만 2스트라이크 1볼과, 원스트라이크 2볼이 타자에게 주는 의미는 다르다.

몰리나는 정규시즌을 치르는동안 2스트라이크 1볼의 상황에서 타율 0.150 출루율 0.167 장타율 0.150의 저조한 성적을 올렸다. 그러나 1스트라이크 2볼에서는 달랐다. 타율 0.318과 장타율 0.500으로 강한 모습을 보였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에서 에인절스가 보여준 놀라운 능력은 두말할 나위없는 실력이지만,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아주 작은 '운'도 필요하다. 월드시리즈 트로피가 에인절스를 선택했다.

Joins 유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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