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선동 혐의 등과 관련해 정부가 아예 통진당을 해산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법무부는 지난 6일 ‘위헌 정당·단체 관련 대책 특별팀’을 구성했다. 국정원이 이 의원을 구속한 지 하루 만에 속전속결로 나선 것이다. 특별팀은 또 통진당이 내란음모 혐의와 연관돼 있는지도 조사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런 방침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엔 정부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헌법재판소에 정당 해산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헌법재판소법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법무부의 특별팀 구성은 자칫 여론 재판이나 공안 정국 조성의 서막으로 비칠 수 있다. 법률적으로 볼 때 이 의원은 아직까지 범죄 혐의자에 불과하고 법원으로부터 어떤 판결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의원의 혐의를 밝혀 나가는 수사는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범죄 혐의와 실체적 진실은 엄연히 다르다. 검찰 기소까진 한 달 가까이 남아 있다. 이 의원을 상대로 국정원이 10일간 조사를 벌여 검찰에 송치하면, 검찰은 최대 20일간 다시 수사를 한 뒤 기소하는 과정을 거친다. 범죄 혐의자가 밉다고 죄가 확정되지 않은 사람에게 돌팔매질부터 할 순 없는 이치다. 검찰이 기소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법무부가 서둘러 정당 해산 절차에 들어가는 듯한 인상을 줄 경우 오히려 종북주의자들에게 반격의 빌미를 제공할 것을 국민은 걱정하고 있다. 2011년 정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왕재산 사건 때 이적단체 구성 혐의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판결을 내리자 일부 세력이 거세게 반발했던 사례를 잊지 말아야 한다. 법치는 민주주의와 마찬가지로 결과 못지않게 절차도 중요하다.
국민은 또 통진당 해산을 위한 법리 검토가 헌법에 보장된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또 다른 신종 매카시즘의 부활로 이어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정부가 정당 해산 심판 청구를 했던 사례가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자칫 이번 사건이 반(反)정부적인 세력이나 행위에 대한 탄압의 구실이 돼서도 안 된다.
법무부가 특별팀을 구성한 날, 새누리당이 이 의원 제명안을 낸 것 역시 시기상조라는 느낌을 준다. 혹시 집권세력이 색깔론을 통해 정치공학적인 접근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일단 검찰 수사와 기소 단계 때까지는 지켜보자”는 민주당의 입장에도 일리가 있다.
법무부와 새누리당은 국정원·검찰이 치밀하고도 객관적인 수사를 통해 종북주의자들을 척결할 수 있도록 이성적인 접근법을 지켜야 한다. 이번 기회에 종북세력들이 법치주의의 엄정함과 단호함을 실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