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장벽 완화 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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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동독은 베를린시의 분단으로 인해 서베를린 시민들이 겪고 있는 곤란을 완화하기 위해 동베를린 시민의 서 백림 자유왕래, 동서 베를린간의 전화선 복구 등 여러 조치들을 곧 일방적으로 취할 것을 서독정부에 통고해왔다고 서독 유력지「디·벨트」가 지난 27일 보도한 바 있다.
이는 서독의 1개 민간지가 보도했을 뿐 서독정부는 이에 대해 일 절의 공식논평을 피하고 있으므로 그 사실여부는 좀더 기다려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난 8윌12일 모스크바에서 독-소 불가침조약이 정식으로 조인된 이후, 독일에 있어서의 냉전시대의 상징인 베를린문제가 장차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특히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화제의 초점이었다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이제 이 문제에 대해서 동독 측이 일종의 선수를 친 것을 세계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라 하겠다. 생각건대 백림 문제에 대한 세계의 이와 같은 관심은 독-소 불침조약이 원칙적인 면에서 독-소간의 긴장완화와 관계개선을 위해서 조인된 것이라고는 하더라도, 베를린사태의 항구적인 안정과 동 사태의 극적인 개선 없이 독소관계의 실질적인 개선은 생각할 수 없다고 보고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상 베를린 문제는 제2차 세계대전이후 동서간에 있어서 항상 긴장과 분쟁의 직접적인 요인이 돼왔었다. 따라서 베를린문제의 완화여부는 동서관계 개선의 정도를 실제로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된다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서독은 독-소 조약이 조인될 때 특히 베를린사태의 개선을 강력히 요구했던 것을 상기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서독은 독소조약을 정식으로 조인함과 때를 같이해서 서독과 서베를린과의 특별한 관계를 인정받고 교통의 안전과 자유왕래가 보강되지 않는 한 독소조약의 비준을 의회에 요청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도 있었던 것이다.
한편 동독이 동서 베를린간의 자유왕래를 허용한다는 것이 그 자신의 필요성에서 나온 자발적인 행동인지 또는 독-소 조약조인 후 소련의 권고에 의해 나온 행동인지는 아직 확실히 알 수 없다. 그러나 동독이든 소련이든 진정으로 구라파와 동구문제의 안정을 기할 의도가 있다면 먼저 그 창구인 베를린문제의 완화를 통해 사태의 개선에 노력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는 것도 분명한 것이다.
특히 동독과 소련은 1961년 8월 추악한 베를린 장벽을 구축하여 베를린 주민에 고의적으로 고통을 가중시켰을 뿐만 아니라 긴장을 조성한 것에 대해 세계적인 증오를 불러일으켰던 점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전기한 보도를 보면 자유왕래를 허용하는 것은『서베를린 시민들이 겪고 있는 곤란을 완화하기 위해서』라고만 돼있으나, 베를린장벽으로 곤란을 겪고있는 것은 서베를린 시민이 아니라, 다름 아닌 바로 공산치하 동베를린 시민임을 그들도 이제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된 것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어쨌든 동독이나 소련은 베를린사태를 좀 더 개선함에 노력해야 할 것이며 그것은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 특히 오는 9월로 예정된 미-영-불-소 4대국의 베를린 문제회담에서 소련은 베를린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성의를 보이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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