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학 간판보다 내실이 더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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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오늘부터 전국 대학의 수시모집(1차) 원서 접수가 시작된다. 수시모집 지원 횟수는 6회로 제한돼 있는 데다 한 해 대학 등록금이 1000만원을 육박하다 보니 수험생과 학부모의 선택이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비슷비슷한 대학과 학과를 어떤 기준으로 골라야 할지 막연하다. 이 때문에 수험생 자신의 적성과 희망보다 대학 간판, 미래의 발전 가능성보다 과거 명성을 기준으로 선택하는 게 현실이다. 심지어 수도권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지원을 추천하는 사설 입시업체들도 있을 정도다.

 본지가 발표한 전국 138개대의 인문·사회계열 10개 학과와 이공계열 10개 학과 평가는 지금까지 대학 간판에 가려 있던 실속 있는 학과들이 어느 곳인지 보여 줬다. 대전의 한남대 경제학과, 광주의 조선대 식품영양학과가 최상위권 학과로 평가돼 수도권 소재 대형 대학 학과에 밀리지 않는 실력을 과시했다. 특히 지원 추천할 만한 학과에 속하는 상위·중상위권 등급에도 지방대 학과가 대거 들어왔다. 이들 대학교수의 연구 업적은 수도권 지역 대학교수들을 뛰어넘었고, 학생들을 취업시키려는 학과의 노력도 차별화됐다. 그 결과 지방대란 편견을 보기 좋게 날려 버렸다.

 대학 간판보다 내실을 중시하는 건 요즘 대기업들의 채용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스펙 대신 창의성 있는 인재를 찾으려는 게 올 하반기 기업 공채의 특징이라고 한다. 지방대 출신 전형도 따로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이제 수험생들이 대학·학과를 선택하는 기준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수도권·지방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부터 버려야 한다. 또한 과거 명성으로 버티면서 학생들의 교육에 등한한 대학·학과보다 전공과 관련된 지식과 경험을 쌓게 해 주는 학과, 기업 현장에서 통할 수 있는 전문가를 길러내는 학과가 우대돼야 한다. 우리의 대학도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체질을 바꿔야 한다. 강점을 지닌 분야에 집중해 우수 인력을 길러내는 길을 걸어야 외면당하지 않는다. 대학 간판이 모든 걸 해결해 주는 시대는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