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부부강간 피해 여성 비자연장 돌연 퇴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국내 최초로 ‘부부강간’ 피해를 인정받은 필리핀 결혼이주여성이 출입국관리사무소로부터 비자 연장을 거부당한 것이 확인됐다.

 3일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사무소는 지난 7월 필리핀 여성 A씨(29)에 대해 비자 연장 불허 판정을 내렸다. 사무소 측은 “A씨가 정상적인 결혼생활을 하지 않아 연장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2008년 7월 A씨는 생리 중이라며 한국인 남편의 성관계 요구를 거부했다. 그러자 남편은 흉기로 위협해 강제로 성관계를 맺었다. 부산지법은 남편에 대해 특수강간 혐의를 인정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판결 직후 남편은 자살했다. 출입국관리사무소는 A씨와 남편의 이 같은 결혼생활이 정상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A씨는 지난 7월 30일까지 출국할 것을 명령 받아 현재 불법체류자가 된 상태다.

 A씨와 그를 돕는 부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는 “남편이 사망한 뒤에도 두 차례 비자가 연장됐는데 이번에 거부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행정소송을 준비 중이다.

부산=위성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