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은 부기조작의 명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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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 독립의 아버지 「조지·워싱틴」은 천재적인 「바가지 씌우기」선수에다 현대회계의 비조라고 폭로한 사내가 있다. 그는 바로『「조지·워싱턴」의 지출장부』란 괴상한 책을 써낸 「마빈·키트먼」. 1775년 6월, 혁명군 총사령관에 피선됐을 때 「워싱턴」은 5백「달러」의 월봉을 점잖게 사양, 『내 돈 쓰며 싸우겠으니 나중에 갚으라』고만 했다. 그래놓고 8년 뒤엔 당초봉급의 8년간 총액의 근 10배나 되는 대금 41만 4천 1백여 「달러」의 지출대장을 이자까지 7천 4백여「달러」나 곁들여 제시하고 국가더러 그걸 보상하라고 「바가지」를 씌웠다는 것.
그 두둑한 배짱보다 더 놀라운 건 그의 교묘한 부기조작과 「완전한」(?)술수라고 저자는 혀를 찬다. 그도 그럴 것이, 식탁에 오르는 과실 값에서 하인의 월급까지도 모조리 그럴듯한 명목으로 윤색, 둔갑시켜 어엿하게 공용지출로 청구했다는 것이다.
백지위임을 맡은 기분으로 물 쓰듯 돈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총사령관으로 부임할 때 최고급「페이튼」사륜마차를 타고 갔는데, 그 값이 l천 4백 30「달러」-요새 돈으로 따지면 자그마치 최고급 숭용차인「캐딜랙」12대 값. 「케임브리지」방문 10일 동안의「파티」 비용만 4천 1백 46「달러」(「캐딜랙」 약 30대 값). 그 당시 「유럽」 여행비용의 13배란다. 1776년 2월 7일자에 「가사유지비」라고만 기입된 8백 42「달러」는 무언가? 「키트먼」은 그게 자기부인 「마더」의 전선시찰 때 쓴 돈이라고 풀이.
포장용 노끈을 사고도 「장병 접대비」라고 둘러칠 줄도 알고, 자기 초상화를 그리게 한 「제왕취미」는 「유화구입대」라고 고상하게(?) 각색했다. 「정보비」니 「스파이」비니하는 야릇한 항목이 있는가 하면, 자질구레한 경상비는 몰아서 「기타잡비」라고만 비벼놨다. 사실 「워싱턴」의 돈 쓰는 솜씨는 보통이 아니었던 듯. 군복도 유행에 맞춰 지어 입고, 「포즈」계곡의 장병들이 구두를 삶아먹을 때도 자기는 매일 「럼」주를 마셨다고 한다. 가장 심한 건 「마더」부인의 「포즈」계곡 시찰비 2만 7천 6백 65 「달러」. 말인즉, 전쟁 때문에 집에 갈 틈이 없어 마누라를 불러냈다는 것이나 「너무했다」는 평이다.
「워싱턴」의 이 신출귀몰한 장부조작은 오늘의 능숙한 경리사도 못 따라간다는 주장이다.
저자 「키트먼」은 「워싱턴」이 『비싸게 굴어야 비싼 대우를 받는다』는 원칙과 『마누라 경상비는 할인해 달라지 않는 묘수』를 기막히게 구사했다고 무릎을 친다. 이 귀신이 곡할 청구서가 나왔을 때 의회는 속절없이 지출을 「오케이」 할 수밖에. 그러나 두번은 안 속는다고 「워성턴」이후에 대통령 봉급도 『그런 식으로』하자고 「꾀었을」땐 단연 「노·댕큐」라고 거걸, 연봉 2만 5천「달러」정을 아예 못박았다고 한다. <외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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