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전력산업 자유경쟁과 고용창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김동훈
한국그린비즈니스협회 부회장

“역사상 가장 거대한 경제혁명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새로운 에너지 체계와 결합할 때 발생하며 이 같은 새로운 에너지 체계는 더욱 상호의존적인 경제활동을 창출한다. 여기에 수반되는 정보통신기술(ICT)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케이션 혁명은 새로운 에너지체계에서 생성되는 시간적·공간적인 동력을 조직화하며 관리하는 수단이 된다.”

 미국 경제학자이자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 교수가 2011년에 냈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제3차 산업혁명』의 한 부분이다. 지금 리프킨의 글을 인용하는 이유는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전력대란을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 문제의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절실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세계의 전력업계는 혁명적인 변화를 겪어왔고, 특히 2011년부터는 정보통신업과 에너지 산업이 융합하면서 커다란 변혁이 선진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제는 웬만한 선진국에선 전력 고갈로 공황 현상을 일으키는 나라는 없어졌다. 가까운 일본도 2012년을 ‘에너지 혁명 원년’이라고 부를 만큼 많은 혁신적인 기술과 수요자 중심의 새로운 시스템이 구축되고 많은 고용창출이 예상되는 새로운 정책이 정부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온난화 대책뿐만 아니라 에너지 안보와 지역주민, 그리고 벤처기업의 활성화 등 새로운 분야의 고용창출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려는 정책이 이미 시작되고 있다.

 영국·덴마크, 그리고 미국의 캘리포니아주 같은 곳에서는 재생에너지에 의한 발전량을 수년 내에 전체 전력량의 30% 이상의 높은 비율로 끌어올리는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독일은 이미 2012년 말 20%를 돌파했을 뿐만 아니라 2030년까지는 35%까지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에너지 정책의 근간으로 삼고 있는 독일은 이 분야 고용자 수가 2011년 약 38만2000명에서 2012년 39만7280명으로 4% 증가했다. 그중 태양광·풍력·바이오매스 분야가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독일 연방환경자연보호안전성 보고서). 독일은 고용창출 효과에 대한 기대 때문에 재생 가능 에너지의 도입 확대를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EU 집행위원회는 회원국에 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달성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도 지금보다 훨씬 고도로 진화한 새 전력체계를 도입해 ICT와 결합함으로써 산업 간에 더욱더 융합적이고 상호의존적인 경제활동을 창출해야 한다. 앞으로의 전력 시스템 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의 수직·집중적이고 독점적인 전력 시스템을 개혁해 발전과 송·배전 시스템을 법적으로 서로 분리하고, 소유권을 분산하며, 발전사업을 민간 기업도 자유롭게, 아무런 제재 없이 할 수 있도록 법적인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발전사업자와 수요자 사이에는 전력 소매 서비스업이 탄생해서 수요자에게 이제까지 받아보지 못했던 서비스를 제공하게 함으로써 새로운 직종이 생기고 고용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한국도 이제는 ICT의 진보에 발맞춰 제도와 시스템을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되는 때가 왔다. 각 가정과 사무에서도 전력 사용의 가시화를 통해 모든 국민이 불요불급한 에너지는 사용을 제어할 수 있게 될 만큼 기술의 진보가 우리 옆에 다가와 있다.

 스마트 미터 등에 의한 수요 부문의 스마트화·디지털화가 급속하게 파급되면 수급 조정이 가능하게 된다. 나아가 에너지 전체의 쾌적한 제어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는 새로운 산업구조시대가 열리게 된다. 이를 통해 후진적인 전력 대란의 공포 속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김동훈 한국그린비즈니스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