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잘 붓고 삐걱 삐걱, 퇴행성 관절염 신호랍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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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이 잘 펴지지않아 병원을 찾은 50대 남성환자가 의료진으로부터 무릎관절 상태를 진료받고 있다. [김수정 기자]

이은혜(가명·54·여·서울 강남구)씨는 요즘 외출하기가 겁난다.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무릎이 시큰거린다. 내리막길에서는 통증이 더 심하다. 병원을 찾은 이씨의 진단명은 퇴행성관절염. 의사는 이씨에게 수술이 아닌 관절내시경을 권했다. 김영수병원 김도연 부원장은 “이씨는 아직 연골
이 남아 있고, 관절이 변형되지 않았다”며 “무릎 관절에 손상된 부분만 제거해 연골을 재생하는 시술로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강한 무릎은 삶의 질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다. 이씨가 앓고 있는 퇴행성관절염 환자는 고령화 추세에 맞물려 해마다 증가일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무릎 관절 이상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45만 명으로 5년 전보다 약 19% 늘었다. 김도연 부원장은 “무릎은 자주 사용하는 만큼 퇴행성 변화가 잘 오고 다치기도 쉽다”며 “체중을 받치는 부위이므로 나이가 들수록 더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중기 증상엔 관절내시경이 효과적

무릎뼈를 보호하는 연골은 나이가 들면서 약해진다. 작은 충격이더라도 반복되면 연골이 쉽게 손상된다. 보호막인 연골이 닳아 없어지면서 관절을 이루는 뼈와 인대는 마찰과 압력에 노출돼 손상된다. 관절 부위에 염증이 생기고, 시큰한 통증이 오는 퇴행성관절염이 생긴다. 김 부원장은 “주로 중장년층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잦은 다이어트나 비만, 사고로 인해 20~30대에서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퇴행성관절염 초기에는 통증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이 때문에 퇴행성관절염은 ‘호미로 막는 것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 대표 질환이다. ‘괜찮아지겠지’라고 여겨 방심하고 지나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통증이 오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의료 기술이 발달하면서 일찍 발견하면 굳이 수술하지 않고도 치료할 수 있다. 연골이 남아 있는 초·중기 퇴행성관절염에 사용하는 시술은 관절내시경이다. 내시경에 초소형 카메라와 수술 기구가 함께 장착돼 있다.

진단과 동시에 치료가 이뤄진다. 관절 부위에 초소형 카메라를 넣어 손상 부위를 확인하고, 수술 기구로 이물질과 손상 부위를 제거한다. 그 자리에는 새로운 연골과 뼈 조직이 생성된다. 김 부원장은 “초소형 카메라가 부착된 내시경으로 관절 속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며 “시야가 확보돼 손상 부위를 정확히 제거하고 다듬는다”고 말했다. 절개 부위도 1㎝ 내외다. 출혈이 거의 없고, 감염 위험이 적다. 회복도 빠르다. 2~3일 만에 퇴원해 일상생활을 한다.

퇴행성관절염이 악화돼 연골이 닳아 없어지면 인공관절수술을 한다. 무릎 관절이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해서다. 이때는 통증이 심해지고 걷는 게 쉽지 않다. 뼈가 닳고 무릎 주위 인대는 변형된 채 굳어 O자형 무릎이 된다. 김 부원장은 “무릎이 변형되면 허리까지 영향을 미쳐 체형이 변형된다”며 “이렇게 되면 수술을 해도 결과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수술 방법과 재료가 발달하면서 인공관절 수명도 20년 이상 된다. 김도연 부원장은 “수술 환자의 90% 이상이 15~20년간 통증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공관절수술은 환자 나이와 관절염 상태, 관절 변형 정도를 고려해야 한다. 숙련된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술기가 수술 만족도를 좌우한다.

등산보다 걷기·수영이 무릎에 도움

무릎을 건강하게 지키는 첫 번째 요인은 관절 주변 근육과 인대를 튼튼히 하는 것이다. 특히 여성의 근육·인대는 남성보다 약해 관절염에 취약하다. 실제 무릎 관절이 망가져 병원을 찾는 사람 중 3분의 2는 여성이다. 따라서 무릎에 큰 무리가 가지 않는 걷기와 수영·자전거 타기 같은 가벼운 운동을 평소에 꾸준히 해야 한다. 쪼그려 앉는 자세는 관절에 압력을 가하므로 피한다. 살이 찌면 무릎에 무리하게 하중이 실리므로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50세가 넘으면 연골이 약해져 가벼운 충격에도 잘 손상된다. 가을이 시작되는 9월부터는 무릎 관절을 다치는 고령 환자가 는다. 무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등산·단풍 구경처럼 야외 활동에 나서는 노인이 많아서다. 김 부원장은 “퇴행성관절염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치료 시기를 놓친다”며 “무릎이 아프고 잘 붓거나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했다.

이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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