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맵' 구관이 명관 … 예상 도착시간 정확 'U+내비' 신흥강자 … 검색·탐색 속도 빨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스마트폰의 도입으로 ‘운명을 달리한’ 전자기기가 한둘이 아니다. MP3플레이어,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에 이어 내비게이션도 스마트폰의 확산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스마트폰 화면이 3~4인치에 머물 때까지만 해도 7인치 화면의 내비게이션은 나름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화면이 커지고 7~8인치 화면의 태블릿PC 보급도 늘어나면서 전용 내비게이션의 영역을 침식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용 내비게이션은 무선통신으로 연결된 이동통신사 서버에서 받은 실시간 교통정보를 반영한 길 안내로 운전자들에게 더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이통 3사 내비게이션을 비교해 봤다. 지난달 중순 다양한 세대와 운전 경력의 평가단 5명에게 각 통신사의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앱)을 일주일간 써 본 뒤 평가하도록 했다. 자신이 쓰던 스마트폰에 앱을 깔아 사용할 경우 조작이 익숙해 평가를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단말기를 따로 제공했다. LG유플러스 내비게이션 앱은 유플러스 고객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평가단은 차를 산 지 1년이 안 된 초보 운전자, 이동거리가 많은 영업사원, 주부, 언론사 수송부 직원, 내비게이션 전문가 등으로 구성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부문별로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평가했다. 종합평가 결과 서비스를 시작한 지 10년 넘는 SK플래닛(SK텔레콤의 자회사)의 ‘T맵’이 가장 높은 평균 8.4점을 받아 ‘역시 구관이 명관’이라는 평을 들었다. “예상 도착시간이 정확하다” “실시간 정보를 반영해 빠른 길로 안내한다”는 등 호의적 평가가 많았다. 예상 도착시간에 대한 만족도는 평균 8.8점이었다. 특히 목적지까지 가는 경로를 가장 다양하게 알려 줘 만족도가 높았다. 평균 9.4점을 기록했다. 평가단은 “경쟁사는 추천경로 2가지와 무료 도로, 자동차 전용도로 제외 등 4가지를 알려 준 반면 T맵은 T맵 최적길을 비롯해 초보자경로·최단거리 등 총 7가지 경로를 제공해 사용자의 선택 폭이 넓다”고 평가했다. SK플래닛 측은 “5만여 대의 택시와 SK에너지 주유소 차량 등을 활용해 실시간 교통정보를 제공한다”며 “시간대와 날씨 정보까지 더한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예상 도착시간 오차가 5분 안팎”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내비게이션=T맵’이라는 명성에 비해 최신 정보 반영이 잘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목적지를 지나치거나 임박해서야 음성 안내가 나온다”거나 “음성 인식을 잘 못한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LG유플러스의 ‘U+내비’는 올 5월 출시된 ‘신참’이지만 평균 8점을 받아 T맵을 바짝 쫓았다. “생각보다 괜찮다”는 평가였다. “검색·탐색속도가 빠르고 지도 품질도 경쟁사 대비 좋다” “3D 지도가 보기 편하다” “최신 지도 정보가 가장 잘 반영돼 있다”는 등 지도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 U+내비는 클라우드(별도의 서버)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경쟁사 내비게이션은 종종 업데이트된 지도를 내려받아야 하는 데 20분 이상 걸리기도 한다”며 “클라우드를 활용하면 전체 지도는 LG유플러스의 별도 서버에서 관리되고, 사용자는 스마트폰으로 일부 정보만 실시간으로 받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행 경로를 이탈했을 때 지도의 멈춤 현상과 화면 떨림 등이 나타나 초보운전자들이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KT의 올레내비는 평균 5.8점을 받았다. 평가단원에 따라 호불호가 엇갈린 탓이다. “지하 주차장 출차 시 빨리 반응한다” “도중 경로를 바꿀 때 최단거리를 잘 안내한다” “음성 안내가 적절하다” 등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정확도와 디테일이 떨어진다” “경로 이탈 시 재검색이 느리다” “전화가 걸려오면 작동이 멈춘다” 등의 부정적 의견도 있었다. 호평과 악평이 엇갈리면서 평균 점수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KT 관계자는 “올레내비 서비스가 이달 중 전면적으로 개편된다”며 “개편 직전에 평가가 이뤄지다 보니 부정적 평가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경쟁사에는 없는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그 부분이 잘 알려지지 않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을 자동차 앞유리 밑에 놓으면 유리창에 길안내 지도가 반사돼 운전하면서 손쉽게 지도를 볼 수 있는 ‘후드’ 기능이 있다. 또 전국 도로 681곳의 폐쇄회로TV(CCTV)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블랙박스 서비스도 제공한다.

  ◆“기본에 충실해야”= 평가 결과는 결국 ‘기본’이 중요했다. 평가단이 가장 중점적으로 본 것은 길 안내라는 내비게이션의 기본 목적에 얼마나 충실한가 하는 부분이었다. 평가단원들은 지도가 얼마나 정확하며 빠른 길을 얼마나 잘 안내해 주는지를 따졌다. 통신사들이 강조하는 부가 서비스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대체로 통신사 내비게이션에 대한 평가는 전문 내비게이션에 비해 크게 처지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어떤 내비게이션을 쓸 것이냐는 질문에 5명 중 4명이 전문 내비게이션을 쓰겠다고 답했다. “통신사 내비게이션은 보조용”이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전화가 왔을 때 불편하고, 배터리 소모량이 크고, 데이터 사용량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고란 기자

◆평가단 : 김토미(29·우리투자증권), 황샘찬(24·롯데주류), 정미리(51·주부), 오수원(39·JTBC 수송부), 이용민(39·현대엠앤소프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