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 교장의 "박사 소송"|수원 여고의 김종무 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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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40년이란 세월을 교직에 몸 담아온 한 노학자가 그의 필생의 꿈이었던 박사 학위가 서울대학교에 의해 부당하게 부결되었다고 주장, 최문환 서울대학교 총장을 상대로 『나에게 박사 학위를 달라』는 색다른 소송을 냈다. 집념의 노학자는 수원 여고 김종무 교장 (63·서울특별시 종로구 사직동 262의 5). 29일 서울고법 특별부에서 심리중인 김 교장의 행정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의 박사 학위 시비는 69년7월22일 김씨의 논문이 학위 심사 위원회에서 합격으로 통과되었는데도 대학원 위원회가 이를 부결로 결정했다는데서 빚어졌다.
해방 이후 서울대 문리대 교수직을 비롯, 경기·경북·인천 공업 고등학교 등의 교장직을 맡아온 김 교장이 교직 생활을 매듭지으려는 뜻에서 서울대학교에 제출한 학위 주제 논문은 「복합 의문사 논고 -고전의 올바른 해석을 위하여」.
이 논문은 그가 23세 때 경성제대 사학과를 갓나와 첫 교단에선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온 힘을 기울인 연구 과제라는 것.
김 교장 말에 따르면 이는 학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 중국 고전의 문법적 해석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시정한 것으로 그의 논문은 수백 가지의 틀린 예문을 모조리 들어 비판 한 것이라 했다.
김 교장의 논문은 제출된 후 서울대 문리대 차상원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5명의 심사위원들에 의해 심사, 합격에 필요한 심사위원 5분의4의 찬성을 얻었고 논문 심사에 병행된 구두 시험에서도 60점 이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외국어 시험 (영어와 중국어)은 이미 논문 심사 전에 합격되었기 때문에 김 교장은 『이제야 오랫동안 교단을 지켜온 보람을 갖게 됐다.』고 흐뭇해했다.
그런데 학위 수여 여부를 마지막으로 결정하는 대학원 위원회는 김 교장의 학위 청구를 부결했다. 학교측은 대학원 규정 제31조에는 구두 시험과 외국어 시험은 평균 60점 이상을 합격하도록 되어 있으나 서울대학교의 경우 학위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내규로 80점을 합격 선으로 삼아 오고 있기 때문에 전원 일치로 부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 교장에 더욱 큰 실망을 안겨 준 것은 대학교 국이 이 같은 부결 통고를 결의한지 석 달이 지난 11월7일에야 알려온 것. 이 때문에 노 교장은 즉시 대학원 위원회의 의결이 부당하다고 문교부에 소원할 법정 기간을 놓쳐 재심의 기회마저 가질 수 없었다.
소원법 제3조에 의하면 소원은 행정 처분이 있은 것을 안 날로부터 1개월 이내, 행정 처분이 있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제기토록 되어 있다. 노 교장은 외로움 이상의 절망을 느꼈다 했다. 서울대학교 측에 항의도 해보았으나 관계 직원들은 심사 후 곧 통고하려 했으나 등기료 80원이 없어 미루어 왔다고 얼토당토않은 해명을 했다. 이 통치는 뒤늦게 11월7일에야 혜화동 우체국을 통해 보내 왔다.
오랫동안 온갖 심혈을 기울인 소망이 학교측의 무성의 때문에 너무도 멋없이 무너져 버렸다고 했다.
직원들의 소행도 괘씸하려니와 심사 위원회에서 통과된 논문을 행정 미스 또는 내규를 앞세워 부결시킨 대학교 당국의 처사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대학교 당국이 심사 결과를 늦게 통고했다는 확인서 등 관계 서류를 갖춰 소장을 낸 노 교장은 서울대 최문환 총장과는 같은 교직에 근무한 사이지만 학위의 공정한 심사를 위해 법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정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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