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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1) 벤젠의 직업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벤젠은 공장에서 여러 가지 염료·도료·고무·지방 등을 녹이는 용제로서 사용된다. 이것은 휘발성 물질로서 급성 중독시에는 마취 작용을 갖고 있고 만성으로는 조혈기 기능의 장애를 일으켜 재생 불능한 빈혈에 빠지게된다. 때로는 발암성 작용으로서 백혈병으로 사망하는 예도 있다.
2차 세계 대전을 전후하여 많은 공장에서는 벤젠으로 인한 중독이 보고되었다. 이탈리아의 피혁 제조업자들과 일본의 비닐 공장의 집단적 중독은 그 대표적 예이다. 그후 각국에서 벤젠은 인체에 피해가 혹심하다고 하여 사용시에는 그 함유량이 제한되었고 이보다도 해독작용이 약한 토루옌과 키실옌을 대치 할 것을 법으로서 규제했다. 그러나 벤젠은 그 화학 작용이 강하고 값이 싸다는 이유로서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 공장이 많이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유기용제는 널리 사용되고 있다. 고무 공장에서 고무신에 고무풀을 붙이고 있는 수많은 아가씨들의 창백한 얼굴이나, 인쇄·도로공들의 체중 감소 등은 유기 용제로 인한 중독 중상이다. 그러나 공장에서들은 각자가 사용하고 있는 원료나 약품들을 비밀로 하고 있어 실체로 우리 나라에서 얼마만큼 유기 용제가 사용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노동청에서는 현재 전국 유해 작업장에 대한 실태 조사에 나서고 있으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주나 공장 경영자들의 올바른 이해와 협조이다. 공장장에서의 벤젠 사용은 우리 나라에서도 하루속히 금지하는 규정이 나와야 한다. 그렇다고 벤젠 이외의 유기 용제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은 아니다. 유기 용제를 사용하고 있는 공장에서는 충분한 환기 시설과 보호구의 사용, 그리고 취급자들에 대한 건강 관리를 잊어서는 안 된다. 기업 경영자들의 이해와 협조를 다시금 요망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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